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인선을 사실상 완료했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진용은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국방장관에 폭스뉴스 앵커인 피트 헤그세스 등 '대(對)중국 강경파'이자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졌다.
14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한일 육해공 예비역 장군들은 전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국방안보포럼, 한국국방외교협회, 세토포럼이 개최한 '글로벌 안보 정세 평가와 한반도 안보포럼'에서 상대적인 국력의 쇠퇴를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국 견제 기조를 실현하려면 동맹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美 우선주의 외치지만 中 견제 위해 동맹 필요
국방부 미국정책과장, 주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 등을 역임한 국제 분쟁 전문가인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제1의 구호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동맹이 필요한 현실에 처해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트럼프 당선인에게 동맹은 유용하다"며 "우리는 미국에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 미국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를 입증하고 먼저 제시하면 동맹 강화뿐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최선의 방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할지, '경쟁국'으로 규정할지, 때로는 중국과 협력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그러나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를 분석했더니 미국은 수교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 해줬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해 최혜국 대우 지위까지 주며 온갖 배려를 해줬는데도 '중국에 속았다'는 데 초당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한국의 어중간한 전략적 모호성,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이 과연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육해공 장성들은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전략적 명확성을 띠어야 할 이유로 대만 해협과 한반도의 안보적 연계, 미국의 전력 약화를 꼽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2년 10월 본인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우리는 평화 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며 대만 침공 의사를 공식화한 바 있다.
◆대만-한반도 분쟁은 분리 불가능 … 中, 주한미군 기지 공격할 것
대만해협에서의 물리적 충돌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송 교수는 "대만 위기는 미국의 지원 요청, 중국의 보복 가능성, 북한의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해협 위기는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개입은 예정된 수순이다. 대만-한반도 분쟁은 분리 불가능하다"면서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국은 한국의 지원 개입·개입을 요청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고 짚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은 2022년 9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며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대만 사태에 투입되더라도 한미동맹은 대북 억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같은 달 한미연구소 주최 심포지엄에서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한국의 역할을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사령관이나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 계획을 세운다"며 "한국인들은 베트남에서 우리와 같이 싸웠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해 대만 유사시 한국의 지원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문제는 미국이 군사력 약화로 여러 개의 전장을 동시에 관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025년 중국이 미중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 면에서 미국에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향후 중국이 우주, 항공, 해상에서 미국에 약간씩 우세하고 미사일 전력 측면에서는 미국을 압도한다고 한다.
송 교수는 애틀란틱 카운슬의 보고서를 인용해 "분쟁 시 주한미군이 활동을 자제하더라도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가 근접해 있다는 이유로 위협적 존재로 간주한다"며 "미중 충돌 시 중국이 주한미군 공격을 회피하려 해도 일본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중국 미사일의 한반도 상공 통과가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중국은 주일미군 공격을 위해 반드시 주한미군 기지를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 대만 방어 이익 분명해 대만 쉽게 포기 않을 것
미국은 ▲중국의 추가적 침략 억제 ▲역내 군사적 균형 유지 ▲미국의 지역·글로벌 동맹 약속의 신뢰성 유지 ▲대만을 둘러싼 해상 무역 요충지 확보 ▲세계 제1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인 TSMC 본거지 보호 등 대만 방어로 얻을 전략적 이익이 분명하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 교수는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군사 운용에도 필수적인 반도체 칩은 군사적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칩 파운드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CPU 내부의 처리장치)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후쿠에 히로아키 전 일본 항공총대 사령관(예비역 공군 중장)은 "한반도와 대만해협이라는 두 개의 정면(正面)에 전선이 생기고 북한의 '양동 작전'(陽動作戰·적의 경계를 분산시키기 위해 병력이나 장비를 움직여 상대의 주의를 끌며 적을 속이는 작전)이 있을 수 있다. '두 정면 작전'(二正面作戦)에서 나아가 '2.5 정면 작전'이 성립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회색 지대 도발과 고강도 도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국 본토, 태평양에 분산돼 있는 연합군과 함께 이 인도·태평양 안에서 유연한 해양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다 요지 전 일본 자위함대사령관(예비역 해군 중장)은 "미국은 지난 30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총력을 다했지만, 이제는 중국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미군의 체제, 국가 산업의 형태, 미국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여유도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힘을 빼앗기고 있는 굉장히 비관적인 상황이다.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위, 일본은 6위다. 한일이 역내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처한 국제 정세와 국내 정세가 매우 혹독하고 협력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을 생각한다면 이웃의 전체주의·공산주의 국가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은 미국과 함께 전략 체제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발언을 하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실제로 뒤집어 엎는 상황으로는 치우치지 않았다. 한일이 미국과 함께 역내, 유럽에서 어떤 역할과 임무를 분담하고 전략을 공유할 것인가가 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일, 파이브아이즈 가입·악사 체결·지소미아 완전한 이행 필요
한일 예비역 장성들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정보 동맹) 가입,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정상화 및 완전한 이행,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한일 민간기업들의 우주 협력 등을 제언했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2022년에 미국 의회에서는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이 가입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온 적이 있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파이브 아이즈를 한일을 포함한 세븐 아이즈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한다면 일본 측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국 마라도함에 최초로 승선한 일본인인 반쇼 코이치로 전 일본 서부방면대 총감(예비역 중장)은 "가능하다면 굉장히 좋은 방안"이라며 "정보 공유는 굉장히 중요하다. 파이브 아이즈 안에 일본과 한국이 어떤 식으로 합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한일이 들어가 있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의 필러(Pillar)2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라는 틀 안에서 중추적인 정보 공유를 더 추진해야 한다"과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또 "한일, 한미일에는 지소미아가 체결돼 있는데, 한일 지소미아는 군사 기밀 전부가 아닌 북핵 미사일 위협에 한정돼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밀착으로 인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지역,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그 위협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한일 정보 교류를 북핵 미사일에 한정해서는 안 되고 더 확장해야 한다. 현재 한일 지소미아는 국내 정치의 영향에 굉장히 제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장, 주미 국방무관)은 "한일 악사가 굉장히 필요하다. 과거 한일 양국은 악사를 쉽게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협상이 쉽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법체계도 다르고 전투 장비와 전투 물자 등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지소미아보다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코다 전 사령관은 "한일 양국이 악사를 체결하지 않으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국가들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 병사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며 김 본부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악사는 식량, 연료, 운송, 탄약, 기기 등 무기를 제외한 군수 물자와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이다. 한국은 미국·태국·뉴질랜드·터키·필리핀·이스라엘·호주·캐나다·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스페인·영국·몽골·독일·아랍에미리트 등과 악사를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 유사시 주한미군에 대한 후방 군수 지원을 하게 되는 일본과는 국내 정치 문제로 악사를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은 한국에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53차례의 사죄와 보상을 했지만, 이처럼 과거사 문제가 번번이 한일 협력의 발목을 잡아 왔다.
◆한일 민간 우주협력, 한일 협력의 당위성 확보 가능
한일은 내년에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지만 이러한 현실에서 추진할 수 있는 한일 협력 방안으로는 민간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를 꼽을 수 있다.
안재봉 컨텍 부사장(예비역 공군 준장)은 "한미는 지난해 4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우주 탐사와 우주 과학에서의 협력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체결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우주 동맹으로 격상했다.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인데 이러한 뜻 깊은 시기를 맞이해서 한국과 일본이 '뉴스페이스'의 핵심인 상업적 우주 활용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민간 우주 협력을 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물론, 한일 협력을 추진하려면 한일 협력의 당위성을 확보해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안 부사장은 그 방안으로 초소형 위성, 저궤도 위성, 초저궤도 위성의 공동 개발을 통한 실시간 해양감시시스템의 구축, 자연 재해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위성 관측 및 통신 시스템 구축, 빠른 재난 대응 및 복구가 가능한 우주재난대응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 위협 대응, 해양 오염 감시, 중국 황사에 대한 대응, 중국의 불법 조업 탐지, 미식별 선박 확인,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 등 한일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하기 위해 한일이 민간 우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면 국민 정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주 쓰레기 제거, 수명을 다한 폐위성 처리, 사이버 보안에 대해서 한일이 같이 연구한다면 이 또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한일 간 우주법 제·개정 공동 발의를 제안했다.
◆시진핑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은 한미일 안보협력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한반도와 글로벌 안보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군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러시아 침략 전쟁 지원 등)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간 연대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유흥수 한일친선협회 명예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세 가지 전략적 접근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실효적인 억제력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진전시키고 한미일 안보 협력 태세 확립의 원동력인 한일 안보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모두가 동참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 명예회장은 "현재 한미일의 가장 약한 고리는 한일 관계다. 저는 국회에서는 한일의원연맹에서, 그 후에는 한일친선협회와 주일 대사를 경험하면서 비교적 일본을 오래 봐 왔지만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지난 총선에서 집권당의 정치적 기반은 다소 약해졌지만 그래도 지금의 정부는 가장 친한적이며 안보를 가장 질 아는 정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유엔사 후방 기지와 주일미군을 통해 한반도 안보는 일본의 안보라는 생각을 굳게 갖고 있다. 특히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 이어 올해 7월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예비역 해군 대장)은 "시진핑이 제일 두려워하는 악몽은 한미일 이 세 나라와 동시에 싸우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동맹 체제까지는 못 가더라도 결속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쉽게 도발하지 못한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지금부터 가일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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