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송환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들의 귀순 문제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북한이 북한군 포로의 자발적인 한국 귀순을 '자국민 납치'라고 왜곡함으로써 한국의 국제법적 책임을 제기하며 '김정은 정권의 러시아 전쟁범죄 가담'이라는 본질을 가리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이 이같이 우려하는 배경에는 북한과 국내 종북세력이 한국 정부의 '기획 탈북', 즉 '납치 공작'이라고 왜곡한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라는 역사가 있다. 지난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은 지배인과 함께 집단 탈북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북한은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이들의 집단 탈북을 한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기획 탈북'으로 왜곡했고, 국내 종북 세력은 이에 동조하며 북한의 거짓 선동에 힘을 싣고 국내외에서 여론전을 펼쳤다.
류경식당 집단 탈북 사건 당시와 비교하면, 북한은 한국이 북한군 포로 문제에 관여할 경우 한국의 국제법적 책임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해 말부터 한국을 '동족'이 아닌 '적대국'이라고 규정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남조선(South Korea)이 아닌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의 자발적인 귀순에 응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헌법은 국내법일 뿐이고, 남북은 1991년 9월 유엔에 동시 가입한 만큼 국제사회에서 개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에서 북한군 병사 18명이 파병 직후인 10월 14일에 일찍이 집단 탈영했다가 러시아 당국에 붙잡혔듯이 앞으로도 북한군의 탈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포로로 붙잡거나 탈영한 북한 군인들을 러시아와 포로 교환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볼로도미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일 KBS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모든 국적이든 포로를 '전쟁 포로'로 대우하며, 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 포로와 교환할 자원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군 병력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탈북민 출신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1일 "북한 용병도 헌법상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응당 정부나 민간단체는 합리적 충고를 전하고 응하지 않으면 항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 용병이 포로로 잡히면 6.25 전쟁 때 반공 포로 석방처럼 용병 의사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북한에 돌아가겠다는 포로는 우크라이나 당국 입장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외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뉴데일리에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 측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교환하겠다고 해도 한국이 관여해선 안 된다. 탈영한 북한군을 한국이 나서서 귀순시켜선 절대 안 된다. 우크라이나 측에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가겠다'고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나서서 북한군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면 북한은 '한국이 작전을 펼쳐서 자국민을 납치했다'고 왜곡할 것"이라며 "교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국제법에 따라 송환하든 수감하든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 포로 문제를 우리가 안보에 이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전쟁범죄 가담이라는 본질을 가리려는 북한의 함정에 말려들게 된다"며 "북한군의 파병은 북한의 최고 악수이므로 파병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한국은 대북 심리전만 강화해서 북한이 저절로 자폭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괜히 끼어들다가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퇴직 후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다수의 북한 관련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국제법 박사)는 제네바 협약 제118조가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전쟁(6.25) 당시 '반공포로 석방사건' 이후 포로의 의사에 따른 '자유 송환'이 관행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짚었다.
신 전 대사는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를 자의적으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같은 국제기구가 포로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서 데려오면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북한은 '자국민 납치'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ICRC라는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기관을 통한다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책임 문제는 해소된다. 포로는 ICRC를 통해 확인된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신문 과정에서 북한군 포로가 자발적으로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이들의 육성을 녹음하는 등 근거 자료가 준비돼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기관이 여러 검증절차를 거쳐 이들의 귀순 의사를 재확인해야 할 필요는 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위해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이 송환하는 게 맞다'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이 교전 당사국은 아님에도 비밀공작(covert action)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포로 신문에 참여할 수는 있다. 신 전 대사는 "이러한 비밀공작 여부를 밝히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 북한 애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킨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기관은 다 비밀공작을 하고 있는데, 비밀공작을 공개적으로 하는 정보기관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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