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건 관련 '음주운전치상 혐의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피해 택시 기사가 다혜씨와 합의를 해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경찰이 진단서 확보를 위해 전격적인 압수수색까지 단행했기 때문이다.
비록 경찰은 진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의료기록 등을 통해 위험운전치상 혐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음주운전 중과실 교통사고는 합의 유무와 관계없이 임의적으로 피해자의 상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진단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의료기록으로도 다쳤는지 아닌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피해자의 진단서가 없더라도 의료기록 등으로 상해 정도를 파악해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앞서 피해자인 택시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으나 이후 다혜씨와 합의해 경찰에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지난 23일 피해 택시기사가 치료받은 경기도 양주시 소재 모 한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진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애초 진단서가 발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 본부장의 설명대로 피해자 측에서 진단서를 내지 않더라도 종합적 판단에 따라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진단서 제출은 혐의 적용 이후 정상참작 사유에 해당할 뿐 범죄 성립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필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은 택시기사가 사고 당시뿐만 아니라 경찰 조사에서도 통증을 호소한 점에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각하다면 치상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교통사고전문 김지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위험운전치상죄를 묻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가능은 하다"며 "피해자가 치료를 여러 번 하거나 입원‧수술을 한 경우에는 병원에 사실조회를 해서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상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경미하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줄곧 부상을 호소했기 때문에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판가름할 주된 요인은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통상적인 수사 절차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기록만으로는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식 법무법인 비트윈 변호사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쳤을 때 경찰이 병원에 찾아가 주치의를 면담하거나 진료기록을 확인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법원이 사실조회 신청하는 등 방법으로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판단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진단서 없이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하기엔 많이 무리가 있다"며 "진단서 없이 전치 몇 주인지 어떻게 판단하겠나. 의료기록만으로는 치상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불법주정차·신호위반·난폭운전 등 혐의를 적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경찰이 관련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면 이를 추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이 한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표적 수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우 본부장은 "택시기사가 진단서를 임의제출하지 않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례적이지 않고 통상적인 수사다. 피해 차량 블랙박스 등 객관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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