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깜깜이'로 치러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 간 토론회가 사전투표 전날까지 열리지 않아 유권자들이 정책·공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용론'에 직면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는 전날과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선거는 보수 진영의 조전혁·윤호상 후보, 진보 진영의 정근식·최보선 후보 등 4파전으로 치러진다.
후보 4명은 사전 투표 첫날인 11일 오후 6시 10분부터 70분간 진행되는 EBS 주관 토론회에 참석했다. 4명이 함께 토론회에 서는 건 처음이었다. 유권자들은 토론회 한번 구경하지 못한 채 사전투표 첫날을 맞은 것이다.
토론회가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일부 후보들이 선관위가 규정한 토론회 참석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 참석 대상자는 '최근 4년 이내 선거 득표율 10% 이상' 혹은 '언론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조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조 후보만 단독으로 토론회에 참석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서울시교육감은 연간 12조 원의 예산을 다루고 교원 등 약 5만 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중요한 직책이다. 그러나 치열한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할 토론장은 사라지고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을 올리고있다. 선거가 조전혁·정근식 후보 간 양강구도로 흘러가면서 상호 비방전은 더욱 심해졌다.
정 후보는 조 후보의 과거 학교 폭력 의혹을 거론하며 "학교 폭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후보가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는 정 후보를 '조희연 아바타'로 규정하며 "민주진보진영 후보라는 분은 조희연의 비리 범죄를 옹호하고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은 해직 교사 불법 특혜 채용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교육감 선거가 진영 간 세력 대결로 이어지면서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2006년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 이념 논리에 따라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것도 상징적이다. 이념적 정책과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하는 것도 직선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쟁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내려놨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반납해야 할 선거보전금 31억여 원을 반환하지 않았는데도 출마에 제한이 없었다. 여당은 뒤늦게 '곽노현 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진보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외면을 받은 곽 전 교육감은 단일화 경선에서 탈락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후보는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게 맞다"며 폐지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서는 시·도지사 후보와 공동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시·도지사 선거에 '교육감 러닝메이트'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해 선거에 공동으로 출마하고 당선된 뒤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같은 당 김민전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교육감이 역대 4명이 선출됐는데 모두 사법 처리가 됐다"며 "직선제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컸다. 제도 자체가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역대 교육감들이 지난 18년 동안 7300여 건의 소송에 휘말리면서 300억 원이 넘는 교육청 예산이 소송 비용으로 쓰였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교육감직 상실로 치러진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보궐 선거에는 56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서 의원은 "시·도지사가 사전에 지명함으로써 후보자에 대한 자격을 검증해 신원을 보장하고 깜깜이 선거를 극복할 수 있다"며 "교육 행정과 시·도 지방자치행정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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