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특검법·댓글팀 의혹 등 '검증 공방' 계속 … 비방 멈추고 정책 위주 토론도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6일 방송 토론회에서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 해병순직특검법, 총선 당시 공천 논란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를 향한 '사상 검증'도 이어졌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당권주자들 모두 상호 비방을 자제하며 수위 조절과 정책 중심의 토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거듭된 '과열 경쟁'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널A가 이날 저녁 주최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생방송 토론회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 자질을 지적하는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원 후보가 첫 주도권 토론부터 해병순직특검법 수정안을 제시한 한 후보를 겨냥해 "특검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자 한 후보는 "우리나 대통령실은 숨길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원 후보는 "민주당 안이든 제3자 (특검)안이든 특검이 시작되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할 수 있기에 출발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또 해병순직특검법과 야권이 추진하는 한동훈특검법을 연계해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채상병특검은 아직 혐의도 지정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흐름에 내맡기고 막상 본인이 관련된 한동훈특검은 안 된다, 이런 모습 때문에 항아리에서 곶감 빼먹는 모습 아닌가"라면서 "한동훈특검이든 채상병특검이든 민주당이 정치적인 계략을 깔고 하는 특검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채상병특검은 민주당의 정략적인 특검"이라고 밝혔고, 윤 후보는 "일단 공수처 수사를 보고 미진했을 경우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당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특검 반대론을 거들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의혹 제기를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원 후보는 '드루킹 사건'과 닮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윤 후보도 "떳떳하면 오히려 특검을 한 번 받아서 되치기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관여한 게 전혀 없고 (장 전 최고위원 본인이) 불법이 있으면 자수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또 "하다 하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논리와 편을 먹고 같은 당 당 대표 후보를 공격하는 것인가"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총선 당시 측근 공천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서도 한 후보는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 후보는 지난 1월 인천시당에서 원 후보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김경율 당시 비상대책위원의 출마를 소개한 한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원 후보 등을 전략적으로 저희가 어떤 특정 지역을 통해 싸워보겠다고 공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내부적인 충분한 논의를 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력과 법무부 장관 시절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이른바 '수사 뭉개기' 의혹 등 보수 정체성에 대한 검증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우파 적폐는 청산을 과도할 정도로 잘했다. 두 전직 대통령 감옥에 갔고, 1000명 조사해 200명이 감옥에 갔다. 그런데 좌파 쪽 적폐 청산에 대해서는 제때 해온 게 없는 것 같다"며 "한 후보께서 장관 시절 저쪽(민주당) 분들과 말싸움은 잘했지만, 지난 2년 간 좌파 적폐 청산 노력을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또 "우파 분들은 이재명 전 대표가 떵떵거리고 국회를 좌지우지 하는 게 이해 안 되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것, 그래서 좌파 적폐 청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도 한 후보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면서 "실질적으로 장관이 했어야 할 이재명 사건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제대로 구속되든지 했어야 한다"고 윤 후보의 주장을 거들었다. 나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같은 국기문란 사건이 제대로 (수사)됐어야 하는데 성과 부분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족하다"며 "당 대표 하는 것도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후보는 "정의 실현은 반드시 해야 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으로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거나 장관이 나서 야당의 수사를 구체적으로 관여하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기고 우리 국정철학에 맞지 않다"고 강변했다.

한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도 "기소는 정당했다"면서도 "다만 박 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과 동성혼 합법화에 관한 찬반 여부, 차별금지법,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시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과 관련해 한 후보의 '보수 정체성' 검증에 나섰다. 한 후보는 대한민국 건국일에 대해 "제헌의회가 출범하면서 건국됐다"고 답했고, 방위분담금에 대해서도 "줄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원 후보의 견해에 동의하는 등 의견 일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과열된 상호 비방 대신 정책 중심의 토론도 이어졌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의원 시절 지방선거에서 외국인투표권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원 후보는 "재일교포를 주로 의식해서 만든 법"이라며 "그 후 중국인들의 지방자치 참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적하신 문제가 심각하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는 당시 공동발의자에 포함됐던 것은 의원들의 '품앗이'였다는 원 후보의 주장에 "본인 생각과 다른 법이라도 이름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후보는 또 나 후보가 제시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화에 "찬성한다"면서도 "ILO(국제노동기구) 비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나 후보가 "이제 우리가 사회적 논의를 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자, 한 후보는 "법제상 어떻게 할 것인지 '하우'(how)를 얘기해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보가 있다'는 OX 질문에 원 후보와 한 후보는 "없다"고 했고, 나 후보와 윤 후보는 "있다"고 답했다. 나·윤 후보는 "한 후보는 대통령과 강을 건넜다고 본다"고 했고, 한 후보는 "같이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은 없다"고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강을 건너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는 토론회 중 '밸런스 게임'에서 원 후보와 홍준표 대구시장 가운데 '1박 2일 여행을 함께 가야 하는 사람'으로 원 후보를 택했다. 한 후보는 "지금은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함께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저는 원 후보와도 이 치열한 승부가 끝난 이후 당의 화합을 함께하고 당의 승리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