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국민의힘 간에 느닷없이 '빨갱이 논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언론노조가 자신들을 향해 여권이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고 선공을 날리자, 국민의힘이 "언론노조 여러분은 빨갱이 소리를 들을 자격조차 없다"고 응수하며 논란이 확전(擴戰)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가 국민의힘에 공개 토론을 제안한 상태라 양측 간 '설전' 수위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언론노조는 지난 10일 배포한 성명에서 "근거와 품위가 사라진 말에는 단지 권력과 위세의 오만만이 넘쳐날 뿐"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추천·임명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자는 '방송3법'에 대해 국민의힘이 몇 달에 걸쳐 쏟아내는 말이 바로 그렇다"고 국민의힘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이 법안을 두고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민주당-민노총 방송장악 3법" "이사 추천 단체들은 사실상 좌파 카르텔 회원" "언론장악이라는 악마와 같은 디테일을 숨겨 놓았다" "이재명 대표가 대권가도를 달리기 좋도록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도" 등으로 비판한 것은 납득할 근거와 존중받을 품위가 사라진 '허언'과 '선동'의 말들이라는 게 언론노조의 주장.
이에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들고 일어났다. 미디어특위는 이튿날 <국민의힘이 민노총 언론노조에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는 '가짜뉴스'에 대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죄송하지만 민노총 언론노조 여러분들은 빨갱이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다"며 "남부군 이현상이나 남로당 박헌영이 들으면 빨갱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타락했냐고 지하에서 통곡한다"고 비꼬았다.
두 사람 입장에선 일종의 '사자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인 미디어특위는 "귀하들은 잘 봐주면 홍위병이고, 정확히 말하면 이권을 따라 몰려다니는 속물집단에 불과하다"며 "감히 빨갱이를 참칭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현상(1905~1953년)과 박헌영(1900~1955년)은 각각 남부군과 남조선노동당을 대표하던 거물급 좌파 인사로 이들이 북한을 추종, '반국가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이들은 이권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게 미디어특위의 주장이다.
이 같은 강도 높은 성명에, 여권에선 "처음 보는 초식(招式)이다" "신박하다(새롭고 놀랍다는 뜻의 신조어)"는 반응이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은 우리가 '색깔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하지만, 태영호 의원에게도 그랬고, 정작 '빨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 비난의 도구로 사용한 건 민주당"이라며 "좌파 진영의 '내로남불성' 태도를 절묘하게 꼬집은 논평"이라고 평가했다.
논쟁의 불씨가 된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3사(KBS·MBC·EBS) 이사진 추천단체에 방송현업단체나 학회 등을 포함시켜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겉으론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나, 속내는 민주당이 방송을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거론된 단체들의 면면이 특정 정당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고배를 마신 민주당은 지난 3일 '법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을 추가해 해당 법안을 재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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