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협치가 뭉개지고 대야(大野) 폭주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국회의장과 11개 국회 상임위원장도 모자라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모두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폭거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명분이 뚜렷해졌다"고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 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날 있었던 야권의 일방적인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은 이날 오후 제415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0개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각각 선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투표 결과 11명의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오랜 국회 운영의 전통을 깬 야권에 분노하며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국회는 다수당인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지켜왔다. 법사위는 국회로 넘어 온 법안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여야는 상호 견제 차원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제2당에 양보해왔다.
즉, 법사위원장을 제2당이 맡는다는 건 국회가 단순히 의석 수에 치우치지 않고 '협치'를 통해 국회를 이끌어가겠다는 상징적 원 구성 관례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 시절 주도해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확립한 소중한 국회 운영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연장선상에서 운영위원장 자리는 그간 대통령 소속 정당인 '여당 몫'이었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여야의 '공든 탑'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75석을 확보한 '다수당' 민주당에 의해 무너졌다. 국민의힘이 지난 10일 오후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운영위원장까지 양보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그 자리에서 제안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다수결을 무기 삼아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를 다수로 장악한 민주당이 22대 국회 내내 유리한 법안은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고, 불리하거나 껄끄러운 법안은 뭉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고 공언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당선 소감에서 향후 민주당이 장악한 각 상임위도 중립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때 여당이던 민주당이 전체 상임위원장 18개 자리를 모두 독식한 뒤 '임대차 3법' 등 쟁점 법안을 사흘 만에 본회의를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 법안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부동산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수사가 진행됐으나, 이제서야 특검을 주장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야당의 의회 폭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은 결국 대통령에게 헌법상 주어진 권리인 '거부권' 행사 뿐이다. 국민이 선출해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소모적 논쟁을 막고 '특검'이라는 정쟁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다"며 "임대차 3법처럼 야당이 무리한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거부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임기 중 무려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21대 국회에서 법률안 14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제에서 거부권은 대통령이 국회 권력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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