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를 2010년 자국의 '내해'로 규정하고 2016년 이후 한국의 영토주권을 반복적으로 침범해왔다. '한국 영토주권 무력화'를 위해 중국 공산당이 '영향력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의 주장이다.◆中 공산당, 韓 겨냥 '영향력 공작' 중 … 韓 해양주권 무력화
최근 '불통의 중국몽'을 발간한 주 교수는 1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국국가안보연구원 중국연구센터가 '중국의 한국 영향력 공작 현황과 실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 영해를 반복적으로 침범하는 중국의 의도는 한국 해양주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에 한국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한국 주권과 국제법 등의 제약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이라고도 불리는 영향력 공작은 군사와 비군사, 평화와 전쟁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상대방의 대응을 곤란하게 하고 자신의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전술이다. 평시와 전시의 구분이 없고 모든 것이 전쟁의 수단이자 공격의 대상인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의 하나이기다.
◆中, '韓美동맹·주한미군 무력화' 목적 … 독도에 中 전투기 침입해도 '안보 불감증'국방부가 2020년 공개한 '최근 5년 주요 외국 군함의 한반도 인근 활동 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중국 군함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잠정 등거리선을 넘어 한반도 인근에 출현한 횟수는 900회가 넘는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0여 회, 2017년 110여 회, 2018년 230여 회, 2019년 290여 회, 2020년 8월 기준 170여 회다. 2017년 사드 배치 이후인 2018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주 교수는 "우리의 경고, 군사적 대응에도 중국은 엄연히 독립된 주권을 가진 우리에게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군사적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무력화한다는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일종의 '반복 학습'이다. 침범을 반복해 우리의 안보 불감증을 키우려는 노림수인 셈이다. 그 누적 효과를 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의 침범은 대단한 뉴스거리로 국민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되풀이되다 보면 국민은 점점 무덤덤해지고 심지어 무관심해진다. '중국 어선이 우리 바다까지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와 중국의 임시 해양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서해상의 이른바 '중간선' 지역이 중국 군함의 출·퇴근길로 전락해 버렸음에도 이를 다루는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중국 전투기가 침범 혹은 근접 비행해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중국 군함이 백령도 40km 앞 공해 수역까지 출몰한 사건과 2023년 여름 중국 공군 전투기가 독도 상공에서 비행했지만 일본 항공자위대만 출격하고 한국 공군이 출격하지 않은 사건을 꼽았다.
◆"서해 포함된 '제1도련선'을 내해화" 中 내부 문건 입수
주 교수의 이러한 지적은 최근 입수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내부 문건인 '해군군사학술'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도 뒷받침한다. 해당 논문에는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뜻하는 제1~3도련선 가운데 제1도련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믈라카 해협)을 '내해'(內海)화하고 전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주 교수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중국의 최후 해상 방어선 중심부에 위치한다"며 "중국이 우리의 바다와 하늘 주권을 무력화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한미동맹의 폐기와 주한미군의 철수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중국은 제1도련선 내에서 자신의 연근해 지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최대한 무력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영해를 휘젓고 다니는 것은 우리의 영해와 공해를 포함한 모든 해역을 중립화하고, 영해와 영공이 불가분의 관계인 점을 이용해 영해를 잠식함으로써 영공도 잠식하려는 것"이라며 "평시와 전시로 구분된 중국 해상작전 전략 개념은 평시에는 해상의 제해권과 통제권 장악을 목표로 하고, 전시에는 핵 반격권까지 포함한 반격권의 장악을 목표로 삼는다. 또 영해와 영공이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이러한 개념은 바다를 넘어 공중에까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중국은 유사시 북중동맹 관계와 북러 우호조약에 근거해 북한을 제1도련선 방어와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최전선 방어기지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가 태평양으로 통하는 경로는 철저히 저지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동맹이자 그들의 적국과도 같은 미국과 일본이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해상과 상공 통로마저 차단될 것이다. 중러가 한국의 해양주권을 침해하면서 KADIZ마저 무시하는 군사적 행동을 단행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中, 어민으로 위장한 해상민병대 30만 명 조직 … 서해서 조업주 교수는 "중국은 헌법에 해상민병 관련 법안을 오래전에 제정했고 이미 어선과 어민으로 위장한 해상 민병대 약 30만 명을 조직하고 무장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조직 편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어선만 해도 19만 척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해상 민병대는 '회색지대 전략' 수단으로 상대방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앞서 미군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는 "해상 민병대는 자동화기를 싣고 다니며 선체를 강화해 근접 시 매우 위협적"이라며 "최고 속력도 18~22노트(시속 33.41㎞)로 대부분 어선보다 빠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 교수는 "2023년 9월 현재 한국 해경에 소속된 함정은 대형 36척, 중형 42척, 소형 110척, 특수함정 166척에 불과하다. 이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세 면의 바다와 영토분쟁지역을 수호하고 나아가 수백 척의 중국 불법조업 어선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EEZ 안에서 우리의 군사 활동을 보호하고 보장해 줄 국내법을 제정해 실제로 외국 함정을 감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 교수는 외국 대리인에 관한 법률안(FARA) 제정, 국가보안법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외국인 방첩법 도입, 사이버안보법 도입(계류 중), 대(對)중국 외교 원칙 수립, 우리 주류사회 지도 계층의 인식 전환(중국 현실과 사실 홍보) 등을 제언하면서 "이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국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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