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조국 수석이 위선자입니까?"(문재인)
"저의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윤석열)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습니다."(윤석열)
"꼭 그렇게 해야겠습니까?"(문재인)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합니다."(윤석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공방이 거세지던 2019년 9월 6일 금요일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다. 이날은 국회에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윤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기소를 승인했고, 수사팀은 이날 자정 직전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오는 3월 1일 출간하는 신간 <위기의 대통령>에서 최초로 조국 수사를 놓고 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단독으로 만나 논의한 내용을 소개했다. 함 교수는 대화의 행간을 놓고 보면 문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하고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기 전까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교류가 활발했다. 대화 내용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독대 후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조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을 거치지 말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검찰 출신)을 거쳐 바로 직접 보고하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비밀 회동과 관련, 함 원장은 저서에서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으로 면담한 사실을 노영민 비서실장, 윤건영, 양정철을 비롯한 친문 핵심 실세들, 이해찬 당 대표, 조국 등은 알고 있었다"며 "다만 이 만남의 정치적 파장이 너무나 컸기에 알려지면 조국을 지키기는 데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했다.
이를 두려워한 이해찬과 윤건영은 이 만남 자체를 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철저히 감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난 사실을 알았더라면 김종민, 표창원, 박주민, 이철희 등 당시 여당 의원들이 그렇게 조국 옹호를 위해 난리를 쳤을까? 단독 만남이 알려졌으면 정국은 전혀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만남 후 긴급참모회의를 열었고, 참모들의 찬반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김조원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고 문 대통령에게 조국 사퇴를 건의했다. 하지만 9월 8일 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강경한 주장을 바탕으로 한 당정협의 모임은 임명을 건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를 보고받은 문 전 대통령은 9월 9일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임명을 반대했고 이런 자신의 생각을 문 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기에 수사를 계속한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신뢰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 문 대통령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 후보를 물어봤고, 윤 대통령은 박범계 의원 등을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윤 갈등은 울산지검에서 묵히고 있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하면서부터 폭발했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를 '대통령에 대한 도전'로 간주하고 당시 검찰 수뇌부에 위협을 가했던 상황도 함 원장은 책에서 다뤘다. 결국 이 같은 위협에도 윤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를 밀어붙이자 결국 문-윤은 루비콘강을 건너게 됐다는 것이다.
함 원장은 저서에서 '용기와 신념으로 밝히는 사실'이라는 챕터를 통해 "2019년 나라를 완전히 뒤흔든 조국 사태는 사실 찻잔의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공직을 끝내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지 않았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은 바뀌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출발점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윤석열이 잉태된 출발점도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며 " 조국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나름 견고한 지지율을 기초로 집권 후반부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 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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