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헤이그 정치 중심지 비넨호프(Binnenhof)에 위치한 리더잘(Ridderzaal)과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리더잘과 이준열사 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네덜란드어로 '기사의 전당(Hall of Knights)'이라는 뜻의 리더잘은 고종 황제가 이상설, 이준, 이위종 3인의 헤이그 특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던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이다.
당시 헤이그 특사 3인은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불평등조약인 을사늑약(1905년 11월17일)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회의장까지 도착했지만, 일제의 방해로 끝내 입장이 거부됐다. 이준 특사는 이에 장외 외교투쟁을 벌이다 그해 자신이 머물던 드용 호텔에서 순직했다.
윤 대통령은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리더잘을 방문해 제2차 만국평화회의와 관련된 전시물을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루터 총리에게 "리더잘은 고종 황제가 이상설, 이준, 이위종 3인의 헤이그 특사를 파견해 대한제국의 주권 회복을 호소하고자 했던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이라며 "한국에게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서는 40여 개국 약 300명의 대표단 참석 하에, 군비 통제 및 국제법을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이후 발생한 제1, 2차 세계대전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 정신은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의 창설로 이어졌고, 헤이그는 평화의 도시로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더잘은 현재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인 관계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네덜란드 측에서 리더잘이 우리 주권회복 역사에 있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윤 대통령의 방문을 허용했다.
윤 대통령은 리더잘 방문 후 인근에 위치한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해, 이준 열사가 사용하던 방과 침대, 고종 황제가 수여한 특사 신임장 등 전시물들을 관람했다. 이준 열사 기념관은 이 열사가 순국한 장소인 드 용 호텔(De Jong Hotel)에 세워진 기념관으로, 사단법인 이준 아카데미가 운영 중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준 열사 기념관에 처음으로 방문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순국선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열사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준 열사의 애국정신과 평화를 향한 숭고한 뜻을 알리는 노력을 정부도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왕궁 쓰론룸(Throne room)에서 개최된 한국전 참전용사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빌렘-알렉산더 국왕과 한국전 참전용사와 유가족,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임원, 양국 정부인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는 6·25전쟁 발발 직후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유엔 안보리 군사 원조 결의를 적극 지지하고 신속하게 파병을 결정했다"며 "22개 유엔 참전국 중 미국, 영국, 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른 참전이었고, 한국전쟁 기간 중 5332명이 참전하해 횡성전투와 인제전투 등에서 수많은 전과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지금 누리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국민은 70여년 전 공산 침략에 맞서 싸운 네덜란드 청년들이 흘린 피를 결코 잊지 않고, 그러한 감사의 마음 위에 양국의 굳건한 연대가 지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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