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일… 감기약으로 마약 만드는 범죄자들 [김동규의 마약이야기]
마약성분 있는 감기약 관리 필요
상비약으로 사실상 제약 불가능
판매자 약사와 연계 단속안 찾아야
마약을 다룬 미국 드라마 '브래이킹 배드' 포스터
경찰이 압수한 일반의약품과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기구들.(제주경찰청 제공) /사진=뉴스1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엔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들여 필로폰 제조에 나선 일당들이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마약 범죄를 다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도 감기약을 모으는 범죄자가 나온다. 미국 드라마에나 나온 마약범죄가 한국의 현실이 됐다. 감기약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처방전 없이 감기약 구해 필로폰 제조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56)와 B씨(51)를 구속해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경기지역 한 3층 건물 옥탑방에서 시설을 차려 놓고 10여차례에 걸쳐 필로폰 약 20g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에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직접 필로폰을 만들었다. 제조법의 경우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10월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경기도 수원의 학원가 옥상에서 감기약 성분으로 필로폰을 만들려 한 30대 남성 C씨가 검찰에 송치되는 일도 있었다. C씨는 지난 3월부터 7월 중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학원가의 상가 건물 옥탑방에서 마약류인 필로폰을 제조하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감기약에 필로폰 원료가 되는 성분(슈도에페드린)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옥탑방에 설비를 마련해 필로폰 제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필로폰을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원가에서 일어난 일이라 충격을 줬다.
■감기약 주성분 뽑아내 제조
감기약이라는 일반의약품과 필로폰이라는 마약류와의 연결고리는 '의약품 주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에페드린과 슈도에페드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은 234종에 달한다. 일반의약품은 흔히 상비약으로 불리는 제품으로 의사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문제는 에페드린과 슈도에페드린이 필로폰의 원료가 된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필로폰의 원료가 함유된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지난 2007년 에페드린과 슈도에페드린을 함유된 감기약을 3일 치 넘게 구매할 때는 판매 일자와 판매량, 구매자 성명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팀을 짜서 약국 곳곳을 돌며 모으는 경우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일반의약품 감기약 자체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니겠냐"면서 "결국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약사 레벨에서 연계 단속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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