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대해 구리시민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편입이 가져올 호재인 주택 가격 상승과 교통 편리성 확보 등을 내심 기대하는 표정이다.
구리시 당협위원회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나태근 구리시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 임명 전후로 연일 편입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나 당협위원장은 9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난 2009년 지방 행정체계 개편 당시 구리·남양주 서울 통합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며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구리의 서울 편입에 대한 열망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편입을 통한 신속한 개발을 주민들이 열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리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비율이 경기도 중에서도 큰 편인데, 이른 시일 내로 서울에 통합돼 교통편을 증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오세훈 서울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은 오는 13일 '구리시의 서울 편입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 시장이 편입 관련 논의를 위해 경기도 지역의 지자체장을 만나는 건 김포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계기로 서울 편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주택 가격 상승은 기본… 대중교통 노선 확장도 기대"
뉴데일리는 구리시 갈매동, 교문동, 인창동, 수택동 일대를 둘러보며 서울 편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편입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는 다른 지역과 달리, 취재진이 만난 구리시민 대부분은 편입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갈매동에서 부동산 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박모(60대·남)씨는 "서울시와 다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차이가 크다. 그저 서울이고 아니고의 차이"라며 "편입되면 집값이 오를텐데 (서울 편입을) 반대할 구리시민이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 주변에서는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씨는 "구리시 갈매동과 중랑구 신내동은 바로 인접해 있어 다른 변수는 없다고 본다"며 "특히 갈매동은 서울로 편입되면 부동산 가격이 당연히 오른다"고 확신했다.
서울 편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조건 찬성한다"고 외친 박모(64·여)씨는 "구리시는 다른 시보다 규모가 작아 서울시나 남양주시에 편입되는 게 맞다"며 "어차피 한쪽으로 속할 거라면 수도인 서울로 편입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5년 전 서울에서 인창동으로 이사했다고 알린 박씨는 "구리는 잘 정비된 도시다. 서울로 편입해도 큰 이질감이 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교통 문제가 유일한 오점이다. 서쪽으로 가려면 경의중앙선을 타야 하는데 한번 놓치면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서울 편입이 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문동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영어학원을 송파 쪽으로 다니는데 지금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며 "구리가 서울로 편입되면 (8호선 구리 방향 노선 확장이) 더 빨리 될 거 같아 찬성한다"고 긍정했다.
별내역을 2023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착공된 8호선은 현재 암사역에서 준공이 멈춘 상태다. 예정된 추가 노선은 토평, 구리, 별내 등을 포함한 6개 노선이다. 시민들은 서울 편입으로 8호선 확장 공사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서쪽 가면 중랑구, 강 건너면 강동구… "지리적 정당성 확보"
경기도 구리시는 서울시 광진·중랑·노원구와 인접해 있다. 구리암사대교만 건너면 강동구다. 지리적으로 서울 편입의 정당성이 확보된 셈이다. 인구는 18만7000여명에 불과하고 전체면적은 33.3k㎡에 그친다. 경기도에서 면적 최하위권에 머무는 지역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자치구로서 부담감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인창동에서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반모(55·여)씨는 "김포보다 서울 편입에 관해 설득력 있는 쪽은 구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씨는 "지도를 보면 김포는 서쪽으로 한참 삐져나와 있는 모양이라 지리적으로 통합 관리하기가 힘들 것"인데 비해 "구리는 아래·옆으로 서울과 붙어있고 규모도 작아서 서울 입장에서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남양주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구리를 거쳐서 간다"며 "교통적 요충지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수택동에 거주하는 홍모(36·남)씨는 "서울에서 구리만큼 가까운 수도권은 별로 없다"며 구리의 서울 편입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구리는 지형적으로 볼 때 진작 서울에 통합됐어야 했다"면서 "다른 지역은 억지로 서울에 끼어들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구리 고유 정체성 잃고 싶지 않아"… 일부 반대 의견도
구리시의 서울 편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간혹 있었다.
인창동에서 23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모(25·남)씨도 서울 편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씨는 "구리시민으로서 자부심이 있다. 구리시의 고유 정체성을 잃는 게 싫다"며 "구리라는 이름이 남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다른 이름으로 바뀐다면 너무 아쉬울 거 같다"고 했다.
그는 "서울 편입은 그저 김포를 따라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김포도 지금 (편입이) 될지 말지 모르는데 구리의 편입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갈매동에 사는 김모(38·여)씨는 "서울 편입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다"면서도 "주민 의견 수렴을 하기도 전에 소수가 정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게 달갑지는 않다"고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1/09/20231109003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