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연말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가설이 떠오르면서 실현 가능성과 파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조직 등 준비가 부족한 데다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 온 만큼 이들의 창당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당 내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도 '탄압' 받는 모습을 통해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12월 당적 결단'을 발표하면서 창당설이 제기됐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2월쯤 저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결정할 것)"라며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가 나가면 당 지지율이 장기적으로 3~4% 오를 것'이라는 김민수 당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즉각적으로 이준석을 제명해 지지율을 올리라"고 밝히면서 창당설에 불이 붙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결과에 따라 정부가 내세운 국정운영 방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변곡점이다. 5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나 번번이 거대 야당에 밀려 여당이 국회에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실제 '비윤 신당' 출범 가능성과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내부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데다 그때만큼 내부 인사 유출 등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창당을 위한 조직과 준비 시간 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투항하든 정의당식 제3당을 창당하든 하면 되는데 안에서 자꾸 당을 불안하게 한다"며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을 위해 눈물까지 흘린다고 하지만, 우리 당이 (그런 모습에) 경거망동하면 바로 저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당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위 언론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조급증이 있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의 행태에 대해 냉정하게 대하는 게 좋다"며 "이러쿵저러쿵 말리면 당의 모양이 이상해지고 당의 분란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에 엮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신당 창당에 대해 당이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격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이들이 당내에서 총선을 치르겠다면 뭘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일절 없다"며 "그런 얘기 없이 대통령과 당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나. 본인의 그림과 비전을 얘기하는 게 당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도부에선 전혀 신당에 대해 얘기가 나온 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2기 지도부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변화를 예고한 만큼 그간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 온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목소리에 크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당 쇄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어쨌든 두 사람이 (당을) 나가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잃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실제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한다면, '한 표'라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과 호남계 의원들이 만든 국민의당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23석을 얻었고, 민주당은 3석에 그치기도 했다.
수도권 중진 윤상현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준석 전 대표 신당이 창당되면 영남권에는 전혀 파급 효과가 없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면서도 "수도권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민의힘 후보 표를 훨씬 더 잠식할 것이다. 그것은 정말 국민의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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