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방위산업(방산) 협력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유럽과 호주,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 지역에도 K-방산 수출 계약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저녁(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프레스센터에서 한-사우디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통해 "방위 산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 방어체계와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가 막바지 단계"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사우디의 국방역량 강화에 도움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하며, 이는 우리 방산 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3억불 방산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며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우리 방산 수출시장의 외연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출 품목 및 예상 계약 규모와 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가 주변에 상정하고 있는 위협 대상들이 있다"며 "어떤 무기체계를 사우디가 구매한다, 그 액수는 얼마다라고 밝히면 몇 대를 구매하는지 주변 국가들이 추정할 수 있어 (사우디 측이) 굉장히 민감해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어 "다만 성사 단계에 와 있고, 그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둘러싼 국제정치·경제의 역학 관계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차장은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고 대한민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 회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정무, 경제, 사회, 문화, 국제사회 등 협력 분야를 총망라해 협력 현황과 방향을 담은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하고 문안은 현재 조율 중에 있다.
공동성명에는 특히 중동 사태와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한 양국의 안보 협력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관계자는 "성명 문안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 등이 적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따른 중동 지역 전쟁 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거나 특정한 입장을 가질 만한 단계는 아직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은 우선 기존의 국제 법규와 법령을 최대한 강조하고 촉구하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인도적인 현안에서부터 지원과 기여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 2030 세계박람회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 리야드는 우리나라 부산의 최대 경쟁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이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며 "'선의의 경쟁을 편다, 그리고 서로 우호적인 마음으로 그 결과에 대해서 누구든지 서로 축하해 주고 그 이후 준비 과정에 대해서 충분히 협력하기로 한다' 이렇게 서로 마음가짐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날 정상회담 후 이어진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대한민국 대표 경제인 3인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빈 오찬에 경제인이 함께한 것은) 관례상 좀처럼 없다고 한다"며 "사우디 측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의 총수가 참석해서 해당 장관들, 사우디의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책임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그렇게 비슷하게 서로 옆자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실질적인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제가 보았다"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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