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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서 운동하냐" 눈총…장애인에겐 높은 체육시설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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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대세 레전드

"왜 여기서 운동하냐" 눈총…장애인에겐 높은 체육시설 문턱

n.news.naver.com

시설 부족·차별적인 시선 '눈물'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 들으려면 1년 기다려야 하기도"
"운동 즐길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에요" 소수의 공공 체육시설에만 몰리는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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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의 장애인국민체육센터. 중증장애인들의 보치아 경기가 한창이었다. 박성현 기자

장애인에게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체육시설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굳은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서도 주변에서 꽂히는 따가운 시선은 '운동할 결심'을 무너뜨린다. 지역 장애인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런 데까지 와서 운동하냐"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노지성(29) 씨는 몇 년 전부터 집 주변 헬스장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포기했다. 거창한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숨이 찰 정도로 움직이고, 땀을 흘리고, 조금 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활권 내 체육시설 중 노 씨가 운동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노 씨는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가맹시설이라는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을 위한 커리큘럼이 없거나 경사로가 없는 등 시설 구조가 적합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재활 운동 프로그램도 알아봤는데, 수업을 한 번 들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사실상 운동하지 말란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체육시설에 들어서면 편견 어린 시선을 견뎌야 한다. 고교 시절 장애인 럭비 선수로 활약한 박시원(26) 씨는 "대학생 때 몇 년간 헬스장을 다녔는데, 대부분의 헬스 트레이너들은 장애인이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 몰랐다"라며 "등록하기 전 운동 중 사고가 걱정된다며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로 가기를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한 지인은 '왜 이런 데까지 와서 운동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운동을 하고 싶은 장애인들은 전용 체육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구 수성구 대흥동의 장애인국민체육센터는 낮 시간대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로 가득 찼다. 체력단련실에 있는 42개의 운동기구 가운데 10개가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운동을 할 수 있는 특수기구였다. 장애인스포츠지도사들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회원들의 자세를 살폈다.체력단련실 건너편에는 중증장애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치아 경기가 한창이었다. 패럴림픽 정식 종목 중 하나인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을 위한 구기 스포츠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마우스 스틱을 물고 공을 굴리고 있었다.

◆"우리도 '득근'하고 싶습니다"

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집 근처에는 이만한 시설을 갖춘 곳이 없어 무리해서라도 오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대구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은 장애인국민체육센터와 달서구 용산동에 있는 달구벌재활스포츠센터 두 곳뿐이다.

달성군 가창면에서 왔다는 지체장애인 서정원(52) 씨는 "대구에서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은 사실상 이곳이 유일하다. 달서구의 달구벌재활스포츠센터는 비장애인과 함께 사용하는 탓에 눈치가 보인다"며 "그 외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일반 시설에 가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산재사고로 지체 장애인인 된 박상길(52) 씨 역시 "대구에서 큰 불편함 없이 운동을 즐길 곳이 이곳뿐이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오는 것 같다"며 "장애인 중에 운동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데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런 현실은 장애인들의 생활체육 접근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와 '2022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운동을 한 비장애인은 88.8%에 달했지만 장애인은 절반을 겨우 넘기는 51.2%에 그쳤다.

장애인은 '운동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11.4%), '운동 프로그램이 부족해서'(7%), '체육시설이 부족해서'(4.3%) 체육 활동을 꺼리고 있었다.

일선에서는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으로 ▷체계적인 가맹시설 교육 제공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육성 ▷가맹시설 혜택 증대 등으로 사업의 실효성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관건은 가맹시설의 숫자가 아니다. 가맹시설 관리자들이 얼마나 장애인을 잘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체육 현장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전문지식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이 사업이 잘 정착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문체부에도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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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의 장애인국민체육센터 1층에 위치한 체력단련실. 이곳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의자의 위치를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었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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