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영아' 사태 일파만파…국민의힘 "출생통보제 조속히 처리"

'출생 미신고 영아'가 2236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여당은 후속 조치로 의료기관이 국가에 출생정보를 알리는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내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미신고 영아 사태를 들여다보고 국립아동보호시설을 신설해 심리 정서 치료가 필요한 학대 피해 아동 등에 대해서도 지원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건 너무 부끄럽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에 출생신고에서 누락되지 않게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산통보제'와, 산모가 출생 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에서 익명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계류돼있는데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아동보호 시설을 신설해 보호 대상 중 심리 치료가 필요한 학대 피해 아동, 장애아동이나 베이비박스, 해외입양 아동 등에 대한 보호 치료 등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전담 TF를 긴급 구성해 정부와 머리 맞대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어난 영아 가운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자'가 2236명으로 나타났다고 전날 밝혔다. 이 중 보호자가 타당한 사유 없이 연락을 거부하는 등 위험도를 고려해 23명의 아동을 조사했고,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한 명은 유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사망한 아동 3명 중 두 명은 살해, 한 명은 영양결핍이다.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출생통보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출생통보제는 분만이 이뤄진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지자체 등)로 통보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확인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 의무가 부모에서 제3자인 의료기관 등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모두 통과되지 않고 계류된 상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아이를 낳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고, 부모가 직접 1개월 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는 고작 5만원 뿐"이라며 "기본적인 시스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하며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임산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는 경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협조도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고, 쟁점 사안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면서 법안을 빨리 처리해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광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강릉 세인트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출생통보제나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한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아이를 낳으면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구민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