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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D-1' 간호법, 쟁점은 '단독 개원'… 간호사·의사·조무사·구조사·관리사 '밥그릇 싸움'

뉴데일리

간호법 제정안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놓고 보건의료계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간호법 제정 반대 의사를 격렬하게 내세우고 있고, 간호사들은 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며 '원안 통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료계 분열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의료계 뇌관된 간호법… 대체 뭐길래?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 단체의 숙원사업이다. 현재 간호 업무와 관련된 규정은 현행 의료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의료법이 70여년 전에 제정된 만큼 변화한 시대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의료법 2조는 의사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고 있다. 즉, 진료와 의료 행위의 주체는 의사이고, 간호사는 이를 돕는 '보조자'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간호계는 간호사를 보조자가 아닌 '간호' 영역의 주체자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고, 국회는 지난 2020년 간호법 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추진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직역단체들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극한 대립이 이어졌다. 간호계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병원 외에도 요양기관과 같은 돌봄시설에도 간호 인력이 필요하니,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을 명시하고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는 특정 직역만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또 간호 업무만 따로 분리해 규정할 경우 각 직역 간 협업에 혼란을 초래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핵심 쟁점은 '지역 사회' 문구와 업무 범위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간호사가 의사 없이 병원을 차릴 수 있는 '단독 개원' 가능성이다. 본회의에 회부된 간호법 1조(목적)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역 사회' 문구를 문제 삼아 간호법 제정에 제동을 걸었다. 간호 업무 범위를 의료 기관을 벗어난 지역 사회까지 확장했기 때문에 간호사가 의사 없이 장기요양 시설이나 방문간호센터 등을 '단독 개원'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업무 범위가 병원 밖으로 확장된 간호사가 지역 사회 의료 주도권을 쥐게 되고, 이들의 탈(脫)병원화를 부추길 지도 모른 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간호조무사협회와 응급구조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방사선협회 등 다른 직역단체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간호조무사의 경우 현행 의료법에서는 업무범위를 간호사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므로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라 각종 복지시설이 채용하도록 돼 있는 간호인력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지시설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주로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들은 복지시설 의사의 지도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간호법이 실행될 경우 간호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단독 고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간호조무사 단체의 입장이다. 간호법 12조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한다'고 돼 있다. 복지시설이 간호조무사를 지도할 간호사를 별도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간호조무사 측은 복지시설이 굳이 간호조무사를 지도하는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하기 보다는 '간호사만'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외 직역단체들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장으로 인해 의료 기관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직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의학적 검사, 진단명·진단코드 관리, 병원에 가기 전 응급구조라는 각자의 고유한 업무영역이 침범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호법에 이러한 내용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간호법을 통해 의사 업무를 제외한 의료계에서 간호사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간호단체 "단독 개원·업무 영역 침범 모두 불가능"

반면 대한간호사협회(간협) 측은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간호법으로는 단독 개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간호법 31개 조항에서도 단독 개원 및 단독 진료의 가능성을 열어둔 내용은 전무하다.

간호법 제10조 2항(간호사의 업무)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돼 있다. 의사의 지시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없는 것이다.

다만 '지역사회' 문구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간협의 설명이다. 실제로 간호 업무는 이미 병원 밖에서 실시되고 있다. 노인·장애인·한부모 복지시설, 장기요양 시설, 어린이집(영유아 100명 이상 보육) 등이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협 측은 "이러한 돌봄과 간호를 아우르는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문구를 담아 현대화된 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타 직역 업무 범위 침범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간협 측에 따르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면허 범위 내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타 직역에 대한 업무 침해, 침탈은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간호법 10조는 현행 의료법과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직역단체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료단체들은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13개 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본회의 통과 즉시 구체적인 파업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총파업으로 인해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인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고민이 우선시 돼야 하지만, 현 갈등 구도를 보면 이에 대한 고민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인의 책무를 뒤로한 채 의료 파업까지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정쟁화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부분만 따로 떼오는 것이라면 의료 현장에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고 본다. 지나친 기우에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될 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4/26/20230426002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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