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대전 사업가 통해 현금 마련" 진술… 돈봉투 모른다던 송영길 "돈 많이 썼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대전에서 현금을 조달했다"며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송영길 전 대표가 강 회장의 '금품 살포'를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차 김영철)는 지난 16일 강 회장을 소환해 돈봉투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강 회장은 2021년 3~4월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조직 담당을 맡아 활동하면서, 표몰이 등을 목적으로 현금을 조달해 민주당 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수십여명에게 살포된 현금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강 회장이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이날 14시간 동안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전 지역 사업가들에게서 현금을 조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대전 출신인 그는 2012년 3월 민주통합당 대전광역시당 동구 지역위원장, 2013년 5월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동구지역위원장, 2014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대전광역시당 동구지역위원장, 2015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동구지역위원장 등을 맡는 등 오랫동안 대전에서 정치 활동을 해왔다.

2017년 4월에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냈다.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19년 12월 대전에 본사를 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돼 직을 수행하고 있다.

강 회장이 혐의 일부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송영길 전 대표로 향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해당 의혹을 부인하던 송 전 대표가 사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이정근 녹취록'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면서, 이 전 부총장이 "송영길 당대표 후보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라고 강래구 회장에게 이야기하는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도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는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장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지금 나오는 문제(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는 내가 모르는 사안"이라며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조사하고, 그때 보자 했으면 갔을 것. (이 전 부총장 수사 당시와) 같이 처리해야지, 왜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하느냐)"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17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처음 말한 것처럼 (돈 봉투 의혹은) 나는 잘 모르는 일이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송 전 대표는 "그 문제를 포함해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할 것인지 조만간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겠다"면서 주말 또는 내주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전 부총장 휴대폰에서 확보한 녹취 파일만 3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별개로 추가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의혹'이 송 전 대표를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한 목적이 상당하다고 보고, 송 전 대표와의 연관성 찾기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 씨, 인천시 전 부시장 조모 씨 등 총 9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역 의원 10~20명, 당 관계자는 50~60명에게 9400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