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딸'에 국회의원 제명 요구권… 민주당, 사실상 '이재명 독재법'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당원에 소속 국회의원 제명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제명 요구의 요건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딸)이 이른바 '수박'을 색출하는 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당원이 국회의원 제명 요구법 추진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친명계인 김용민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정당법 제29조의2를 신설해 당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항목을 넣었다.

법안 발의 요건(의원 10명 이상 찬성)이 충족되면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 김영호, 이동주 의원과 위장탈당 논란이 일어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법안 발의에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현행법에는 정당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당원의 표결권, 청원권, 제명권, 소환권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정당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딸이 정당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신설하는 정당법 제29조의2 3항에 '당원은 의원총회에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제명 요구의 요건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 당규 제1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인 당원에 대해 제명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징계사건에 대해 윤리심판원이 심사·의결로 확정하고 윤리심판원장이 그 결과를 최고위 등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의원총회에서 제적의원 과반수 찬성의결이 있어야 한다.

윤리심판원 심사에 더해 당원이 직접 소속 정당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당 밖으로 쫓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원의 영향력을 늘리는 건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 대표의 취임 첫 업무지시사항으로 당사에 '당원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총선 1년 앞두고 비명계 축출할 도구 우려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안이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에게 비명계인 '수박'을 감별할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딸의 강성 행보로 인한 민주당의 분열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수박은 민주당 내부에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로, 강성 지지자들에겐 이 대표에 반기를 드는 비명계 의원들을 일컫는 은어로 사용된다.

비명계는 팬덤 정치 악용을 우려하며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런 법이야말로 자칫 팬덤을 악용해 특정 계파를 공격하는 데에 극단적으로 쓰이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말이 안 된다"며 "(법안 통과는) 의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이게 되겠나. 안 되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실현 가능성 없는 법안으로 보인다"며 "일부 극단주의자가 있을 수 있는데 당의 전체적인 기류상 논의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무더기 이탈표 사태'가 불거지며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했다.

당시 개딸은 지난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른바 '수박·배신자 색출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이탈표 색출 작업에 나서며 당내 분열에 기름을 부었다.

정당이 당원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도 부여

김용민 의원은 개정안에 '당원은 정당에 청원할 권리를 가지고 정당은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도 명시했다. 청원 및 심사의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헌으로 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당원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서 30일간 권리당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대해 답변하도록 했다.

개딸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 당 청원 게시판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영구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배후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목한 것이다. 해당 청원은 게시된 지 15일 만에 7만3412명의 동의를 받았다.

김 의원은 정당이 의사결정을 위해 투표를 하는 때에는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며, 당원 간 투표가치의 평등성 및 동일성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당헌·당규에 의한 세부규정으로 당원의 당비 납부의무의 이행 여부와 관련해 표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아울러 당원에게 정당의 대표자와 투표로 선출하는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도록 했다.

오는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축출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재명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을 통합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동지라면, 민주당을 사랑하는 지지자분들이라면 내부 공격과 갈등 대신 설득과 화합의 길에 앞장서 달라"고 적었다. '2023년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은 김상희·김영주·우원식 등 민주당 소속 4선 의원 10명이 제안한 것으로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욕설, 문자폭탄 등 행위 자제를 당부하는 운동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재보선 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 분란이 좀 사그라들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낮아지니, 일단 민주당 내부의 분란은 잦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비명계 목소리가 수그러들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딸에) 의원 제명권을 쥐여주면 이재명 대표 사당화가 될 것이다. 다만 너도나도 자중하라는 타협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 수사가 지지부진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원팀이 최소 연말까지 공고해질 것"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율이 오른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얘기다. 그럼 이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