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305805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용어다. 가장 처음 사용된 곳은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11월 발간한 보고서 ‘트렌드 MZ 2019’이다. 보고서는 MZ세대를 1980~2004년생으로 정의했다. 이후 언론과 각종 마케팅 홍보자료에서 ‘MZ세대’가 빈번하게 쓰이며 확산됐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Z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1980~1996년생을 밀레니얼 세대, 1997~2012년생을 Z세대로 구분한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매체들은 모두 이 정의를 사용했다. 이 구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MZ세대’는 10세부터 42세를 포함한 굉장히 폭넓은 정의가 된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MZ세대를 주로 10대, 20대에 한정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6일 연합뉴스는 “MZ세대의 취업상담”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채용박람회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신문은 “‘심심한 사과·사흘’ 모르는 MZ세대…초·고교 국어수업 늘린다” 기사에서 10대가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이슈를 MZ세대로 묶어 보도했다.
MZ세대의 문해력 상승 방안으로 3040과는 무관한 초중고 교육과정 개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포츠서울 역시 6일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BTS 병역특례, MZ세대 73%가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무분별한 MZ세대 용어 사용에 대중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 사람들은 MZ세대를 ‘Z세대’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연령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아래로 몇 살까지를 MZ세대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하한선의 평균 나이는 16.1세, 상한선의 평균 나이는 30.7세로 나왔다.
Z세대는 M세대와 하나로 묶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1995~2004년생을 Z세대로 묶었는데, 이들 중 자신을 MZ세대로 부르는 것에 대해 61%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1996년생 B씨는 “‘MZ세대’란 말을 일상에서 누가 쓰나. 언론이 편의에 따라 이름 붙인 것”이라며 “더군다나 보통 언론에서 MZ세대를 쓸 때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라는 반응이 많아 MZ세대란 단어를 들으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 당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며 ‘MZ세대’를 모두가 알게 됐다. 문제는 MZ세대의 외연이 너무 넓다 보니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의 유사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이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남용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문해력 문제의 경우 주로 10대, 20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MZ세대로 묶는 것은 개념을 오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의 ‘세대 구분’에 대해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지나친 ‘세대 구분’이 문제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메릴랜드대 사회학과 필립 코헨 교수는 사회학 연구자 150명과 함께 퓨리서치센터에 공개서한을 보내며 “세대 구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대중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고 사회과학 연구를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학계는 세대론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원인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가령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비해 계층 이동이 불리하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상은 젊은 세대 내부에서의 격차가 훨씬 크다. 언론이 세대 구분만을 강조하다보면 이러한 근본 원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 한국 언론의 관행도 지적됐다. 장 교수는 “뉴욕타임스 등의 해외 유력 매체를 보면 산문 형태로 자극적이지 않게 제목을 뽑지만 한국 언론은 흥미를 유발하는 ‘낚시성’ 제목이 많다. 문제의 본질보다는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형태로 보도하는 습관이 잡히면 ‘MZ세대’라는 키워드 중심의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오남용하기 쉬워지기 마련이다. 언론 행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