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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이준석 대표, '흑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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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노력해 청꿈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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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765873?sid=110



"국내에 단어가 유입된 계기는 'Fate/stay night'의 흑화 세이버를 시작으로, 리즈시절의 일애갤의 일화에서 비롯된다. 당시 전투력이 충만하던 일애갤은 타입문넷과 상당한 적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큭큭, 흑화할 거 같습니다'란 문장이 있었고…." '나무위키'에 나오는 '흑화'의 정의 일부를 옮긴 거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연히 알 거다. 흑화라는 게임 세상 용어를 꼰대들의 세상인 정치권에 유행시킨 장본인 아닌가. 나라고 알았을 리가 없다. 한 때 게임광이었던 아들에게 물어보니 금방 '알지'라고 답이 나왔다. 영어로 '아쿠마타이즈'(akumatize)라고 한다는 정보까지 알려줬다. 내친 김에 흑화의 설명을 좀 더 읽어보았다.


"평범한 캐릭터가 모종의 이유로 갑자기 어두워지며 냉혹, 비정해지는 것을 여러 작품에서 멋있게 표현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에게 크게 어필하는 소재이다. 흑화로 인해 아군 캐릭터가 적군이 될 경우 엄청난 파워업을 하게 된다." 아마도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이 이 대표의 행보를 우려하거나 기대(?)하는 것 같다. '이준석 다음 타겟은 윤 정부?'라는 기사는 흑화로 인해 적군이 된 아군 캐릭터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게임의 설정을 생각한 것 같다.


이 대표 자신이 "제가 흑화하게 하지 말아 달라. 저같이 여론 선동 잘 하는 사람이 흑화해서 그러고 다니면 기대해도 될 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일부 기사는 "이준석, 2018년 안철수 저격곡 '바람의 빛깔' 링크"라는 제목을 달았다. 유난히 '저격', '직격'이라는 기사를 많이 생산해 오던 이 대표가 본격적인 '대여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낸 것이다. 징계 후에는 본인의 말처럼 '여론 선동 잘 하는 사람이 흑화해서' 윤석열 정부까지도 공격하려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듯 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 대표가 흑화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본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 대표의 과거 행적은 언급하지 않겠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과의 갈등도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다만 잠시 멈추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꼰대식' 고담준론 교훈을 설파하려는 게 아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두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얘기다. 당장 11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것인가? 당 기조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선언한 상태다. 참석할 경우 몸싸움 등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할 뿐이다. 자업자득이든 권력투쟁이든 이 사태의 본질은 정치적이다. 법적 투쟁 방법은 본인의 권리겠지만 그것보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맞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 쓰는 정치적 언어가 있지 않나. "경위야 어찌 되었든 물의를 빚은 것을 사과드립니다." 이 대표의 다음 행보는 '투쟁'일 것으로 누구나 예상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SNS에 '저격' 글을 올리고 쉼없는 인터뷰를 통해 정부 여당을 진흙탕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 더 큰 반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떠나는 것도 좋다. 6개월 휴가로 생각하고 전국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강원도부터 전라도, 제주도까지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국민의 호소를 들어봐라.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정책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대신 윤 정부 지지를 읍소한다면 20일 만에 윤 정부의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치의 목적은 이 땅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거 아닌가.


"간혹 흑화하였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거나 하는 통에 목숨을 잃는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 홀로 모습을 감추는 경우도 존재한다." 흑화를 잘 아는 이 대표니까 이런 얘기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때 응원했던 이 대표가 흑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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