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단간론파 제로> 상권 챕터 3-4

profile
김세정

- 라고 날 듯 뛰어오르는 참에, 마츠다 군에게 머리를 눌려버렸습니다.

 

[날뛰면 코드가 빠지잖아, 인간 쓰레기냐, 네 녀석은.] 겨우 코드가 빠질 뻔한 정도인데 말이 심합니다.

 

[하지만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는데..... 앗, 시끄럽다는 게, 내 심장의 고동이 시끄러웠다는거? 무리야, 무리무리! 왜냐하면 심장이 멈추면 죽는 걸!]

 

[.....내가 말한 건 밖의 이야기다.]

 

[에? 밖?] 마츠다군이 턱을 들어서 창 밖을 가리킵니다. 귀를 기울여보니, 창문 너머로 묘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욕, 노성, 야유, 비난, 반발 로 가득찬 소리가, 똬리를 틀며 지진처럼 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눈썹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한 소리의 집합체였습니다.

 

[.......뭐야, 저게?]

 

[ '퍼레이드' 다. 정말이지 날이면 날마다 소란스럽구만.....]

 

[퍼레이드라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퍼레이드?!]

 

[거짓말하지마. 어차피 기억 못 하고 있을 거면서.] 마츠다군은 제 이마를 툭 때리고는, 떫은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데모다. 그걸 여기의 교직원들이......라기보다는, 그 위의 평의위원회 녀석들이 그렇게 부르는걸 싫어해서 '퍼레이드' 같은 멍청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 뿐.]

 

[......하지만, 데모와 퍼레이드는 의미가 반대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더, 겠지]

 

[하지만 어째서 데모같은 게.....아, 농담이 아니니까!] 마츠다군은 변명을 하는 저를 무시하듯 말했습니다.

 

[예비학과 녀석들이야.]

 

[예비학과.....?]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없지요?

 

[역시 잊어버린거냐. 뭐, 네 녀석은 머리가 바보 멍청이니까 어쩔 수 없나.]

 

[잠! 여자애에게 바보 멍청이라니 초 성희롱 발언이야! 에도시대라면 분명 목을 쳤을......후갹!.] 반쯤 일어나 있던 머리가 눌려 다시 눕혀져 버렸습니다.

 

[애초에, 키보가미네 학원은 다른 학교 같은 순수한 교육기관하고는 달라. 여기는 재능의 교육기관림과 동시에 재능의 연구기관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의 교직원들은 교육자임과 동시에 재능을 연구하는 연구자이고 한거다...... 하지만 연구자라는 건 귀찮은 생물이라서 말이지. 연구를 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연구를 하고 싶어하지. 그렇게 되면 반드시 무언가가 부족해진다만......그게 뭔지 알겠냐?]

 

[에, 그러니까......그건 아마도.....]

 

[돈이다.]

 

[그래, 그거야!] 대답할 찬스를 잃은 저는 그 말 만큼은 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키보가미네 학원은 정부의 보조금과 졸업생들의 기부에 의존하는 소규모의 학원이었다만. 그래서 자금의 문제로 연구가 도중에 중단되는 일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평의위원회 녀석들은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거기서 더 재능의 연구를 추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예비학과라는 시스템이다.]

 

응응, 저는 고개 만으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핵심은 '초고교급' 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을 본과로 하고, 그것과는 별개의 예비학과라는 입학제도를 만든 거다. 예비학과는 본과가 있는 동지구와는 떨어진 서지구에 있으니까 우리들과는 교류가 없어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본과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모양이고. 애초에 스카우트 되지 않은 보통의 입학시험으로 지원자를 선별하고 있는 모양이고, 그건 그들을 가르칠 교직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본과를 가르치는 건 학원 내에서 살고 있는 연구자들이지만 예비학과를 가르치는 교직원들의 대부분은 밖에서 온 일반적인 교직원들이다.]

 

[그럼 평범한 고등학교랑 똑같잖아.]

 

[아아, 그렇지.....그럼에도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하고자 하는 지원자는 쇄도했다. 브랜드의 힘은 참 위대하단 소리지.] 마치 씹어뱉는 듯한 어조였습니다. [아무리 예비학과라고는 해도, 지금까지 완전 스카우트제를 관철하고 있던 키보가미네 학원이 드디어 연 문이다. 당연히, 그 브랜드의 힘에 사람들이 모이지.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 브랜드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모은 거다. 그걸 계기로 이 학원은 순식간에 커져서..... 지금에 와서는 광대한 부지와 전문가도 부러워할 시설과 설비가 차례차례 들어서게 됐고. 놀랄 만한 급성장이지. 겨우 1, 2년 사이에 키보가미네 학원이 이정도로 커다랗게 변모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지금의 평의위원의 힘이 유난히 큰 것도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뭔가 사기 같은데?]

 

[사기'같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말이지.] 마츠다군은 고소를 짓듯 입꼬리를 뒤틀며, 어쨌든 - 이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지금의 키보가미네 학원은 어딘가의 나라의 신분제도가 울고 갈 완전무결한 피라미드 구조란 소리다. '초고교급' 이라고 불리고 있는 본가의 학생들을 지탱하기 위해, 그 아래의 다수의 예비학과의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단 거지. 일단 예비학과에서 본과에 편입하는 시스템이 있긴 한 것 같지만.....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진 의문이군. 애초에 본과의 교직원들은 예비학과의 녀석들을 멀쩡한 취급도 안 해주고 있는 모양이고.]

 

[에, 교사 실격이잖아.]

 

[교사로서는, 말이지. 하지만 연구자가 연구대상으로써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나도 마찬가지고. 녀석들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사람의 재능' 이었다는 것 뿐인 이야기다.]

 

[그치만, 역시 불공평해!] 저는 무의식중에 볼을 부풀렸습니다.

 

[그거야 불공평하지. 그렇지 않으면 저런 데모 같은 건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저, 그렇게는 말해도,] 마츠다군은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갑자기 경계하는 듯한 목소리로 바꿔 말했습니다. [그 녀석들만으로, 이런 일을 꾸몄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쩌면, 이건 누군가가 무언가를 꾸몄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지도 모르지..... 왠지 그런 기분이 들어.]

 

[에.....?] 마츠다군이 일부러 가늘게 뜬 눈으로 창 밖을 보았습니다. 그 시선의 날카로움에 제가 소리를 내는 것을 망설일 정도였습니다.

 

[어이, 추녀.] 잠시 후 마츠다군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지금 한 이야기는 똑바로 노트에 써 둬라. '나하고는 관계없어' 따위로 말하지 말고. 예비학과의 녀석들의 눈에 우리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니까. 뭐, 갑자기 습격당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서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응, 알았어.] 라고 대답하려던 차에, 자신의 얼굴이나 머리가 완전히 빨판으로 채워져 버려서, 입을 움직이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분간 이 상태로 있어라. 자고 있어도 좋고.] 마츠다군은 그 말만 하고는 제 시야에서 나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전혀 졸리지 않은걸......] 제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자 시야 밖에 있던 마츠다군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럼 수면제를 주지. 한다스정도면 되나?]

 

[에? 그거 치사량 아냐? 괜찮을까나.....] 점점 더 불안한 기분이 되어가는 차에 마츠다 군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아까까지 입고 있던 약간 지저분한 흰 셔츠 위에 교복 자켓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없는 사이에 기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죽일테니까.]

 

[......혹시, 어디 가버리는거야?]

 

[잠깐 용무가 있다. 어쨌든, 내가 없는 사이에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죽일테니까.] 되풀이 해 말하는 만큼 진심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마츠다군에게라면 살해당해도 좋은데.....]

 

[난 싫어. 그로테스크한건 질색이다.]

 

사람의 뇌를 연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그로테스크한게 - 라고는 물론 말할 수 없습니다.

 

[아, 그럼 있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용건이 다 끝나면 같이 영화 보자.]

 

[......영화?]

 

[에, 그러니까, 그, 그건 어떨까나.....] 저는 뒹굴거리던 채로 노트를 뒤져 영화와 관련된 기억을 찾았습니다. [아, 있다! 있지, 마카리스타일가에 해리랑 마브라는 강도콤비가 - ]

 

[혹시 나홀로 집에? 잊어버리고 있는 모양이니 가르쳐주겠는데, 전에 끈질지게 들러 붙어서 본 적 있다고?]

 

[아, 그랬던가. 에, 그러면......] 재검색해보지만 나홀로 집에 이외의 기억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어째서 핀포인트로 이 영화만, 하지만 자신을 탓하기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명작이고, 분명 몇 번을 봐도 재밌을거라니까!]

 

[확실히 나쁘지 않은 영화지만, 보통 몇 번이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냐.]

 

[보통? 보통이라고 말한 거야? 있지 마츠다군에게 있어서의 보통이란건 - ]

 

[그런 중학생 시절의 일기 같은 이야기는 싫다.] 지긋히 혐오감이 섞인 눈으로 바라봐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 저는 -

 

[괜찮잖아! 분명 처음 봤던 그 느낌대로 보면 또 재미있을거라니까!] 라고 노트를 다시 읽으며 [아, 내 감상에 따르면 주연의 와콜 카르킨이라는 남자애가 엄청 귀여운 모양이야! 귀여운 남자애라구! 자, 신경쓰이기 시작했지?]

 

[오히려 어째서 내가 그거에 낚일 거라고 생각한 거냐. 거기다 주연의 남자애는 그렇게 여성용 속옷같은 이름이 아니라 마콜 카르킨이다.]

 

[아하핫, 초 귀여우니까 카르킨군을 내 애로 삼고 싶다고 써 있어!]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건 카르킨의 현재 모습을 모르기 때문이다. 질척질척한 상변태자식.]

 

[지, 질척질척한 상변태.....] 저는 너무나도 심한 독설에 박살나자, 마츠다 군은 길고 삐죽한 눈을 가늘게 하며 이마의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습니다

 

[됐으니까, 잠시만 얌전히 자라.] 아무래도 저와의 응수는 강제종료인 모양입니다.

 

[잠깐! 가지마!] 그래서 당황해서 그걸 멈췄습니다. [싫어! 싫어싫어! 쓸쓸하니까 두고 가지 마! 모처럼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가버린다니 쓸쓸하다구!]

 

[......오랫만?] 거기서 마츠다군은 갑자기 발을 멈추곤, [어째서 오랫만에 만났다고 생각해?]

 

[......에?]

 

[어째서 오랫만에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있는 거다....]

댓글
3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