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브금과 함께 즐기시는 걸 권장합니다>
[게다가 퇴학 당해버리면 마츠다 군과 헤어져서 더는 만날 수도 없어지니까.....] 마츠다 군과 이별 -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스스로 한 말임에서 몸이 바들바들 떨립니다.
[쓸데없는 걱정 하지마.] 그런 저를 향해 마츠다 군이 무뚝뚝하게 말했습니다. [너는 좋은 연구소재다. 놔줄 생각은......지금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잖아!] 기쁘지만, 이 이상 미움받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일일히 내 말에 토달지 마. 이런 중요한 연구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라.] 그리고 마츠다 군은 그대로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의 메커니즘을 해석하는 것은, 기억장치의 코어의 분자 메커니즘의 해석에도 이어질거다. 그게 기억의 지속능력의 업이나 기억상실을 방지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길과 연결될지도 몰라. 그렇게만 되면 미래에는 기억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데이터처럼 자유자재로 백업하거나 삭제하는.....그런 조작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실제로, 해외에서는 그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고. 이미 프로테인키나이제M제타라는 효소분자를 억제해서 실험용 쥐의 장기기억을 지우는 것도 증명 돼 있다.]
[그렇구나!] 전혀 못 알아듣겠는고로, 일단은 큰 소리로 아는 척 대답합니다. [어쨌든, 사랑하는 마츠다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난 마음속 싶은 곳에서부터 SUPER HAPPY해!]
[뇌가 구멍투성이면, 거기서부터 튀어나오는 말도 구멍투성이라는건가.......넌 정말 구멍투성이 여자구나.]
걱정해 주는 건지 바보 취급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마츠다 군인겁니다. 자신의 머리는 자기가 보살펴라 - 그게 저를 대하는 마츠다군의 자세입니다. 그는 차갑고, 쌀쌀 맞습니다만, 저를 동정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저를 일일히 동정하며 대하는 것은 짜증날 뿐이므로 이런 마츠다군의 태도가 딱 적당합니다. [하지만 구멍투성이라도 MIRACLE HAPPY해! 정말 좋아하는 마츠다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걸!] 제가 여자답지 못하게 소리를 지르자 마츠다 군이 중얼거리듯이 대답했습니다.
[뭐, 도움이 된다는건 사실일지도.......네 녀석은 특히 레어한 케이스고.....]
[레어하대! 뭔가 좋은 어감!] 저는 칭찬이라도 받은듯이 기뻐졌습니다. [있지, 레어하다니 뭐가 레어한거야? 응? 가르쳐줘. 응? 응? 가르쳐줘!]
[응응 시끄러워.....] 마츠다 군은 크게 한 숨을 쉬며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네 녀석은 너무 금방 우쭐해지니까.....]
[그 정도 쯤은 좋잖아, 좋잖아! 응? 가르쳐줘, 가르쳐 달라니까!] 그래도 제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마츠다군은 체념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 '묘한 능력' 을 사용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기억상실이라니, 좀처럼 일어날 만한 일이 아니야.....뭐, 그런 의미다.]
[.......능력? 뛰어난 두뇌?] 아직까지, 감이 안 잡힙니다.
[잊어버리고 있다면 그걸로 좋다만......그런 능력 같은거 당하는 쪽이 더 짜증나고. 미리 말해두겠지만 나한테는 절대 쓰지 마라. 알았냐? 빌어먹을 추녀.]
잘 모르겠습니다만, 빌어먹을 추녀라는 막말을 들은 고로, 알아들은 척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뭐, 어찌됐든 상관없어. 그 결과, 이렇게 마츠다 군이랑 친밀한 관계가 된거고! 오히려 병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병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마츠다군은 저의 히죽히죽 웃는 얼굴을 숨기듯이 빨판을 붙여나갑니다.
[그나저나, 네 녀석의 태평함에는 거꾸로 감탄마저 나올 정도다. 그 상태에서 잘도 웃을 수 있군. 조금 쯤은 걱정이란 걸 해 보면 어떠냐?]
[......에? 걱정이라니, 무슨 걱정?]
[그러니까,] 라고 마츠다 군이 질린 듯이, [조금은 신경쓰이지 않냐고 묻고 있는 거다. 예를 들어 자신의 상태가 나을 수 있는지.......뭐 그런거 말이다.]
[.......에?]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시금 물어오는 마츠다 군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아하하하하, 전혀 아니야!]
그래서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는 지금의 나 뿐인걸? 이렇게 깜빡거리지 않았을 적의 나 같은거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애초에 비교할 방법이 없는걸. 그러니까 나는 '깜빡이' 인 것을 결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결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그 건망증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라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라던가......그 정도도 신경 쓰이지 않는거냐?]
[아니, 신경 쓰이지 않아. 오히려 이게 나아버리면 치료도 끝나서, 그렇게 되면 마츠다 군과 만날 수 없게 돼 버리니까 나아버리는 편이 걱정이야.] 제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그 침묵이 어느 정도 지속된 다음, 마츠다군은 툭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걱정하지마.] 게다가, 유난히 가라앉은 목소리였습니다. [이 치료는 절때 끝내지 않아.....]
[에......?] 문득 올려다보자, 새까만 머리칼 사이로 얼핏 보이는 마츠다군의 얼굴이,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마츠다군?]
제가 부르자, 그제서야 언제나의 그로 돌아온 듯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제 스스로를 수습하듯 꿀꺽, 목울대를 울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뭐, 이런 종류의 증상은 비관적이어지는 게 가장 좋지 않지. 그런 의미에서 그 정도의 낙천성은 좋을 지도 모르겠네.]
[응, 난 몰디브씽킹(モルディブシンキング)이니까!]
[확실히, 네 녀석의 머리는 몰디브와 비교될 만큼의 쾌활함이다. 친구라던가 가족이라던가, 뭔가를 잊어버리기 전의 자기 자신조차도 잊어버리고 그 정도니까, 두려울 정도군.]
[그치만, 잊어버린건 맨 처음부터 없었던 거랑 똑같은걸. 그러니까 내가 잊어버린건, 저언~부 다 합쳐서, 이제 나랑은 관계없는 걸로 치는 거야!]
[또, 그 말버릇인가.] 마츠다군은 유난히 길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관계없다' 고 끝내버리면, 네 녀석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거라고?]
[괜찮아, 마츠다군이 있으니까!] 저는 가슴을 쭉 펴며 대답했습니다. [마츠다군만큼은 기억할 수 있는걸. 그러니까 마츠다군이 있는 한, 나는 외톨이가 되거나 하지 않아.]
[.......분명, 나와 만난다는 행위 자체는 '치료' 라는 '순서기억' 의 일환으로 기억되고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너는 나에 대한 건 기억하고 있는 거다.]
[틀렷. 그런게 아니라 - ]
[아아, 알고있어.]
정색하고 덤비려던 나를 멈추듯이 마츠다군은 말했습니다. 그는 약간 지저분한 셔트의 틈새로 보이는 옅은 가슴께를 긁적긁적 긁으며, 담담하게 빨판을 붙이는 작업을 해 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일었습니다. 귀찮아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기억하고 있다' 고 한 말 조차도 믿고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연합니다.
확실히, 그 '기억하고 있다' 는, 평범한 사람이 쓰는 의미와는 전혀 다릅니다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저는 마츠다군을 기억하고있습니다. 잊어버리고 있지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라던가, 지금까지 그와 어떤 것을 했는가라던가, 그런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정도는 노트에게 맡겨두면 됐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더 특별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즉, 저는 기억이 아니라 감정으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마츠다 군을 향한 '마음' 을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그를 눈 앞에 뒀을 때, 저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가슴의 고동으로 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고동이 저에게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것입니다.
- 그는 저에게 있어서 대신할 것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러니까 아무리 깜빡이라고 해도, 저는 마츠다 군을 잊는 것만은 불가능 합니다. 저와 마츠다군 사이에는 기억 이상의 끈이 있는 것입니다. 즉, 저에게 있어서 마츠다군은, 특별하고 각별하고, 미라클하고, 그리고, 그리고 -
[시끄러워.]
[엣?]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저는, [어, 어째서 들린 거야?]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