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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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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우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차역으로 갔다. 밤이 되자 날씨가 제법 추웠다. 작은 체구의 은비가 벌벌 떨고 있었다.

 

  “은비야 괜찮아? 역시 괜히 이 시간까지 있었나봐...”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 말 하지마, 둘 다 행복했잖아! 그러면 된 거야!”

 

  은비는 벌벌 떨면서도 웃고 있었다.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티비 속의 어떤 예쁜 연예인도 이렇게 아름답게 웃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재빨리 대합실로 갔다. 대합실로 가니 한결 나아졌다. 은비도 따뜻한 곳에서 물을 마시니 조금 안정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혹시 몰라 역내 편의점에서 핫팩을 사왔다.

 

이따 다시 기차 타러 밖에 나가면 이거 써! 요즘 핫팩들은 성능이 좋아서 한결 나을거야!”

 

  은비는 미소를 지었지만 무언가 씁쓸해하며 말했다.

 

고마워! 이럴 때면 근데 네가 남자친구가 아니고 보호자 같기도 하다? 내가 건강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런 말 안하기로 했잖아! 이렇게 돕는 것도 내 행복이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네 병도 낫고 몸도 더 건강해질거야!”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은비는 아직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 은비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아무 원망스런 부분이 없었지만 본인은 항상 미안해했다. 이 얘기는 정말 은비와 함께 있는 평생 동안 끊이지 않을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은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선우야! 저기 크리스마스트리 좀 봐! 너무 이쁘다.”

 

  곧 크리스마스였다. 경주역 한켠에도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정말 이쁘네, 은비야 우리 크리스마스때는 뭐할까?”

글쎄? 오늘 여기서 행복한 시간 보냈으니깐 그때는 소소하게 우리 동네에서 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좋은 생각이야! 우리 이브날이랑 당일날이랑 둘 다 꼭 같이 보내자!”

물론이지! 이브 날 만나서 12시까지 같이 있자! 그럼 크리스마스도 같이 맞는 거잖아! 도라지공원 시계탑에서 같이 있으면 좋겠네!”

하지만 네 부모님이...”

하루는 어떻게든 탈출해볼게! 그날은 꼭 같이 크리스마스를 같이 맞고 싶어!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기도 하고!”

 

은비는 마치 내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신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 뒤의 크리스마스 계획을 벌써 잡고 행복해했다. 그 순간까지는 정말 행복했다...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은비를 데려다 준 그 순간까지는...

 

 

...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시계를 확인했다. 5...30?

 

  믿기지 않았다. 나는 이 시간에 혼자 일어나 본 적이 없었다. 알람을 맞춘 것도 아니고 혼자 이 시간에 깨다니... 어제부터 내 몸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거실로 나가보니 고요한 상태였다. 선영이도 보통 630분에 일어나기 때문에 모두가 자고 있다. 선영이는 항상 이렇게 모두가 자고 있을 때 혼자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을 챙겼던 걸까? 갑자기 선영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나는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여러 가지 반찬이 있었다. 모두 선영이가 해 놓은 것이었다, 선영이는 요리를 정말 잘 한다. 어릴 때부터 고초를 겪으며 유튜브를 보며 요리를 독학했고 진로도 요리 쪽으로 잡았다.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선영이에게 그 돈을 좀 나눠 줄 뿐 가족을 위해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선영이는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어머니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꾸고 있었다.

 

  나는 계란을 꺼내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요리... 선영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것을 보고 먹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간단한 요리를 마치고 교복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620... 학교는 830분까지기 때문에 2시간이상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학교 가기 전에 걷고 싶었다.

 

  내가 향한 곳은 뻔했다. 도라지 공원... 어린 시절 정말 많이 산책하고 놀고 했던 추억이 깃든 공원이지만 중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 이후론 이곳에 거의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왠지 모르게 이곳에 가고 싶었다. 또 무엇인가에 이끌려 나는 도라지 공원으로 갔다.

 

  아침 풍경은 고요했다. 몇몇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계신 것 외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아침 공기를 맡으며 시계탑을 지나 도라지 호수를 향해 걸었다. 마침 8월달이라 도라지꽃이 만개해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정말 나와 저 아이는 무슨 관계인걸까...? 지독하게 질긴 악연이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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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발롬<span class=Best" />
    훈발롬Best
    2021.12.20

    떡배 나와라~~

  • 2Seconds
    2021.12.20

    글을 읽을때 처음에는 큰소리로 읽다가 익었다 싶으면 눈으로 쉭쉭 넘깁니다.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고 읽기 편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

  • 2Seconds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2Seconds 님에게 보내는 답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유가영
    2Seconds
    2021.12.2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보통댓글이 ㅊㅊ ㄹㅇㅋㅋ ㅋㅋ ㅇㄸㅂㅈ 가 대부분인데요 꼭 제 마음을 적고싶었네요 무례했다면 너그러이😌

  • 2Seconds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2Seconds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닙니다. 무례라니요... 대충 쓴 글에 저런 과찬을 해주셔서 감사할따름입니다. 꾸벅

  • 유가영
    2Seconds
    2021.12.2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헉 대충?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사인해주셔요 유명해 지실듯, 아니면 이미 유명인사 이신듯☺️

  • 2Seconds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2Seconds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ㅋ 그정도 아닙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가영
    김세정
    2021.12.2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오늘은 곳곳에 숨겨진 19금 요소가 없었어!!

    검열 당했나 ㅋㅋ

  • 김세정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김세정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제 우리나라도 검열의 시대가 올테니 미리 준비해야지 ㅋㅋㅋ

  • 유가영
    김세정
    2021.12.2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자유를 달라!!!!

    억압은 아니된다~~

  • 김세정
    2021.12.20

    악연!!!

  • 김세정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김세정 님에게 보내는 답글

    살다보면 질긴 인연들이 있어

  • 훈발롬
    2021.12.20

    떡배 나와라~~

  • 훈발롬
    유가영
    작성자
    2021.12.20
    @훈발롬 님에게 보내는 답글

    떡배와 행복한 아침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