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부터 경주의 여러 가지 관광명소들을 함께 둘러보았다. 첨성대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 거기서부터 천마총, 안압지, 박물관 등을 차례로 돌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첨성대 앞에서 솜사탕을 사먹으며 추억에 잠기고 안압지 앞에서 따뜻한 어묵을 사먹기도 하였다. 12월이라 날씨가 제법 추울 때였지만 은비와 함께 있으니 추워도 추운 것 같지 않았다. 이 순간은 정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은비 역시 나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난 몸이 안 좋아서 이렇게 제대로 여행 와 본 기억이 없어.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도 못 갔었는데 너랑 같이 이렇게 경주에 오니깐 너무 좋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해!”
은비는 솜사탕을 뜯으며 이런 말을 했다. 그 특유의 반짝반짝한 눈망울, 그 순간만큼은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근처의 식당에서 쌈밥을 먹었다. 난생 처음 보는 쌈들이 있었다. 경주에 와서 눈호강 뿐만 아니라 독특한 음식들도 많이 먹게 되었다, 정말 행복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불국사, 석굴암 등을 돌아보며 오후를 보냈다. 사실 불국사, 석굴암은 책에서 많이 봤고 막상 보았을 때 특별히 대단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은비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은비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에 들어가서 경전을 읽어도 즐거울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오후 4시가 되었다. 기차 예약은 5시 30분... 슬슬 이 즐거운 시간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우리는 경주 보문단지의 카페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선우야, 나 집에 가기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집에 가기 싫은 마음은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우리 그냥 집에 가지 말까?”
은비는 아쉽다는 듯이 말을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긴 했다.
“나도 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잖아, 너 여기 온 것도 몰래 온 건데 부모님이 걱정 하실거야! 다음에 또 기회되면 당일치기로 오자!”
“난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싫은데... 선우야 우리 그냥 조금만 더 있다 가자! 아예 안 가는게 아니라 저녁까지만 있다 가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은비의 부모님은 은비를 무척이나 아끼신다. 친구와 시내 구경하고 돌아오겠다고 한 애가 저녁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보나마나 난리가 나실 것이다. 또 은비는 실제로도 건강이 좋지 못해서 장시간 이렇게 밖에 있으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어떻게 우리 하고 싶은대로만 하면서 살겠니. 나도 너무 아쉽지만 이제 그만 일어나자.”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가기 싫지만 결국 우리는 가야만 했다. 그런데 은비의 표정이 급속하게 안 좋아졌다.
“선우야, 나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여기서 빨리 돌아가 버리면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잘 없을 것 같아. 부탁인데 우리 조금만 더 있다가자.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이 순간을 조금만 더 즐기자!”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나는 예감이니 느낌이니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은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차마 은비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기차표는 취소해야겠다. 뒷일은 천천히 생각하고 그럼 조금만 있다가 들어가자!”
“응 정말 고마워, 선영이한테 혼나는거 아니야? 나 때문에 괜히 미안하네...”
“아니야 선영이가 무슨 대수라고... 너네 부모님이 걱정이지 나는 괜찮아. 우리 뒷일은 잊고 이 순간을 즐기자!”
늦게 들어가기로 결정한 순간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무언가 모래주머니를 푼 느낌이랄까, 결정을 한 이상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선우야 핸드폰 좀 줘봐!”
“응, 핸드폰은 왜?”
나는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은비에게 줬다. 은비는 내 핸드폰을 그대로 꺼버렸다. 그리고 차례로 자신의 핸드폰도 껐다.
“우리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으니깐 둘 다 폰은 꺼버리자! 시간은 네 시계로 보면 되니깐! 자 이제 다시 나가서 즐겨보자!”
그렇게 우리는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밖으로 나갔다. 해가 서서히 지려고 했다. 우리는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손을 잡고 보문단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저녁으로 경주의 맛있는 식당에서 떡갈비를 먹었다. 그 무엇보다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결국 해가 지고 어두캄캄한 밤이 되었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재 시각 8시 30분... 우리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안압지였다. 낮에 보는 안압지와 밤에 보는 안압지는 완전 다른 풍경이었다. 여러 가지 적절한 조명에 비춰진 안압지는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름답다. 도라지 호수도 예쁜데 여긴 정말 비교할 수가 없이 아름다워!”
은비가 감탄하며 말했다. 은비 역시 나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정말 잘 통하는 것 같다. 같은 것을 먹고 같이 맛있다고 하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여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항상 이런 걸 볼 수 있을테니깐”
은비는 계속해서 감탄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 부분은 나와 약간 생각이 달랐다. 나는 바로 말을 받아쳤다.
“글쎄, 가끔 보니깐 아름다운게 아닐까?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에서 온 관광객일거 아니야. 나는 아름다운 것들은 매일매일 보는 것보다 가끔 볼 때 더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
“넌 항상 세상을 이성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더라. 근데 난 생각이 달라. 세상에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것들이 있어. 아름다운 것들을 매일매일 보는 사람들이 그걸 질려하는 것은 그게 진짜로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익숙함 때문에 아름다움에 둔감해져서라고 생각해. 난 우리 동네 도라지공원과 도라지호수는 매일가도 갈 때 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
심오한 얘기였다. 이렇게까지 깊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보다. 은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너 한선우야, 넌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 평생 봐도 그럴 거야! 그건 너라는 사람이 여기 안압지 야경처럼 아름답기 때문 일거야! 너도 나를 똑같이 생각했으면 좋겠어 히힛!”
“물론이지! 안압지 야경은 매일 보면 질리겠지만 은비 너는 절대 질리지 않아. 항상 아름다워!”
그 순간만큼, 다시 우리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였다. 우리는 말없이 입을 맞췄다. 이 부드러운 감촉, 너무 행복했다. 여기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을 것 같았다.
엥~언제 9화까지 나왔대 ㅋ ㅋ 몰아서 봐야겠넹
천천히 봐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중
“우리 그냥 집에 가지 말까?”
-어머나 진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니!!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선우야, 나 집에 가기싫어 . .🤭🤧
핸드폰 오프시키는 은비. .
꾼의 기술에 핫썬은 녹아든다🤭🥺
크크큭
저.. 요망한 것!! 꼬리 치는게 프로잖아!!
잘 배워두자 ^^
ㅋㅋㅋㅋㅋ 댓글이..다들뭔 상상을 하는겨,,
무튼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2년 환상을 깨주겠어~~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소설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