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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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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나는 잠시나마 잊고 있던 그 이름을 듣자 다시 흥분했다.

 

언제 왔는데! 여긴 도대체 왜 온거야! 무슨 일로 온 거야!

오빠, 왜 그래... 하나씩 천천히 좀 물어봐!”

아 미안...”

 

  또 순간적으로 너무 흥분했던 것 같다. 나는 이성을 찾고 다시 천천히 물었다.

 

무슨 일로 온 거래?”

나도 잘 몰라, 사실 여길 일부러 찾아온 건지도 잘 모르겠어, 내가 저녁 먹고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골목에서 언니가 서성거리고 있더라고... 그래서 인사하고 얘기 거니깐 당황한 건지 반갑다고 인사만 하고 급한 일이 있다고 금방 가버렸어, 제대로 얘기 할 시간도 없었어.”

그렇구나...”

오빠,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언니가 뜬금없이 떠났다는 소식만 듣고 나한텐 아무것도 말 안 해줬잖아.”

나도 아는 게 그게 끝이야, 아무튼 그랬구나, 난 이제 좀 쉴게, 너도 할 일 해라!”

 

  선영이가 더 할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급하게 이야기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움직이기 싫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차라리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기쁜 일이 하나도 없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데 또 귀찮은 일이 더 생긴 것 같다.

 

  단은비는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굳이 우리 골목에 온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 골목에는 별다른 편의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심으로 가는 지름길도 아니다. 대체 왜 또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는 것일까? 그 애는 첫 등장부터 내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없어질 즈음 이렇게 다시 나타나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 머리위 책장에서 먼지 쌓인 L사의 퍼플 손목시계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나는 다시 옛날 생각에 잠겼다.

 

...

 

  은비와 처음 만난 이후,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서로 성별도 다르고 만난 지 오래 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 잘 통하였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국물이 있는 찌개 음식을 좋아하는 등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했고 둘 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또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다. 마치 헤어진 오누이가 상봉한 것처럼 우리는 정말 잘 통했고 금방 친해졌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은비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우야, 밤에 갑자기 미안한데 할 말이 있어. 혹시 시간 괜찮으면 지금 도라지 공원에서 만날래? 바쁘면 어쩔수 없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알바를 시작하며 바빠졌기 때문에 중학생 때까지는 학교만 끝나면 바쁠 일이 없었다. 친구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항상 집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혼자 여가 생활을 보냈다, 이 날 역시 오히려 책이 질리고 있어서 따분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은비의 문자가 와서 기뻣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라지 공원으로 갔다. 현재 시각 820... 약속시간이 830분이었으니 10분 일찍 왔다. 자랑스런 마음으로 시계탑 앞으로 걸어갔는데 이미 그 애는 와 있었다. 은비가 특유의 반짝반짝한 눈망울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어 선우 왔어?”

  “, 아니 은비 넌 언제 온 거야? 날씨도 더운데 시간 맞춰서 오지, 나도 10분이나 일찍 왔는데 나보다 먼저 왔네.”

  “사실 너한테 연락할 때부터 계속 여기 있었어. 너랑 전에 여기 와 본 후로 나 혼자도 여기 자주 오곤 해, 오늘도 뜬금없이 나오라고 했는데 나와 줘서 너무 고마워!”

  “아니야, 나도 마침 할 일이 없었거든...”

 

 

  그렇게 나와 은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라지 공원에 있는 도라지 호수를 걸었다. 9월 초, 공원에는 이미 도라지꽃이 만개해 있었다.

 

참 좋다. 난 이제 도라지꽃이 제일 좋아! 저 보라색 꽃잎 좀 봐! 너무 예뻐! 그리고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잖아!”

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영원한 사랑은 결국 허구인 것 같아, 우리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낳고 얼마 뒤에 떠나버리셨거든,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란게 있을까? 결국 이 호수 이야기도 전설에 불과하잖아

 

  처음 은비와 이곳에 왔을 때 나는 은비에게 도라지꽃과 도라지 호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 호수에는 전설이 있다. 고려시대, 몽골의 간섭을 받던 시기, 한 남녀가 결혼을 약속했었는데 여자가 몽골에 공녀로 끌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남녀는 결국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이 호수에 빠져 죽었고 그 이후로 이곳에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도라지꽃이 많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도라지꽃도, 이 호수도 좋아하지 않는다. 영원한 사랑이란 것이 현실에 존재할까? 전설은 전설일 뿐이다. 현실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 어머니도 나와 동생을 낳으셨을 때 정말 좋아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유 없이 아버지를 떠났다고 한다. 그 때문에 우리 가족은 정말 힘들어졌다. 내가 은비에게 이런 말을 할 때면 은비는 어머니도 사정이 있으셨을 거라고 위로해줬지만 나는 그 말만큼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가량을 걸었다. 우리는 다시 시계탑으로 돌아와 작별을 준비 하고 있었다. 현재시각, 926분이었다. 그래도 갑갑하게 집에 있는 것보다 은비와 이렇게 걸으니 기분이 훨씬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걷는 것보다 은비와 걷는 것은 많이 달랐다. 은비는 항상 나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줬다.

 

  “시간이 늦었다. , 여기 물 좀 마시고 이제 들어가자.”

 

  나는 은비에게 물을 건내며 말했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 선우야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은비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무언가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 영원한 사랑을 믿어, 고려시대 때 그 남녀도 결국엔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원히 함께하고 있는 거잖아? 난 누구나 진실로 사랑하고 마음이 통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나는 의아해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는 나를 두고 은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은비는 울먹이기까지 하며 말을 했다.

 

  “사실 나도 무서워, 너희 어머니 얘기를 듣고 사랑이란게 변할까 두려워... 하지만 나는 꼭 안 그럴거야, 반드시 다짐하고 약속할게, 난 병도 있고 변변치 못한 사람이야... 그래도 난...

 

  이미 그 다음에 할 말을 나는 직감했다.

 

이기적이지만 난 너를 너무 좋아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네가 너무 좋았어, 나랑... 사귈래?”

 

현재 시각 934분이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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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이 없습니다.
  • 정치중독자
    2021.12.17

    가독성 좋네 ㅋㅋ

  • 정치중독자
    유가영
    작성자
    2021.12.17
    @정치중독자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ㅋㅋㅋㅋ 감사

  • 유가영
    정치중독자
    2021.12.17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문학은 가독성이 좋아야함

    나처럼 책 안읽는 사람한테는 ㅋㅋ

  • 정치중독자
    유가영
    작성자
    2021.12.17
    @정치중독자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ㅋㅋㅋ 그냥 유치뽕짝한 내용에 두서도 없는데

    무아지경으로 쓰는중 ㅋㅋㅋ

    좋게 봐줘서 감사감사

  • 최예나
    유가영
    작성자
    2021.12.17
    @최예나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ㅊㅊ

  • 후지와라치카
    2021.12.17

    이세계 은비 시리즈

    은비: 예나씨 최근에 자전거 사셨죠

    예나: 네

    은비: 그걸 왜 자꾸 현관문 앞에 놓는거에요

    민주: 그거에요 그거 충전하는거에요

    은비: 내 새로 산 신발들이 다 꾸겨지고 있다구요

    댕댕: 은비 언니 땀흘려요 땀

    은비: 그 자전거 빨리치워요 발로 차버리기 전에 얼른 내보내!

  • 후지와라치카
    유가영
    작성자
    2021.12.17
    @후지와라치카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세카이 은비 멈춰!

  • 유가영
    후지와라치카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2039811703_f24cc881_-40-59.gif

    갤주님 글에 묻어가는중인데요

  • 김세정
    2021.12.17

    이기적이지만 난 너를 너무 좋아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네가 너무 좋았어,

    나랑... 사귈래?”

     

    어머나!!!

  • 김세정
    유가영
    작성자
    2021.12.17
    @김세정 님에게 보내는 답글

    현실에서 고백을 한적도 받은적도 없기 때문에 열심히 생각해봤다고 한다

  • 유가영
    김세정
    2021.12.17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ㅋㅋㅋㅋ

  • 존판던
    2021.12.18

    핫썬은 은비에대한 자기마음을 눈치채고 차단한거같음🥺 엄마가 일찍죽고 삶이 고단하다보니 거리를 둬버리넴🤭 단은비는 직진녀였음🤣

  • 존판던
    유가영
    작성자
    2021.12.18
    @존판던 님에게 보내는 답글

    오호! 과연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두근두근!

  • 훈발롬
    2021.12.18

    은비가 갑자기 떠난 이유를 알겠다

  • 훈발롬
    유가영
    작성자
    2021.12.18
    @훈발롬 님에게 보내는 답글

    예리하군... 사실 흔한 스토리지만

  • 유가영
    훈발롬
    2021.12.18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전국시대로 간거 아님??

  • 훈발롬
    유가영
    작성자
    2021.12.18
    @훈발롬 님에게 보내는 답글

    엌 이거 이누야샤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