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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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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점심시간을 울리는 종이 울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수업을 마침과 동시에 급식실로 뛰어갔다. 평범한 풍경이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덕배와 차분하게 급식실로 걸어갔다.

 

야 한썬, 처음에는 네가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 왜 안 뛰어가는지 알 것 같다. 밥 빨리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럼 소화가 빨리 되잖아. 늦게 더 많이 먹는게 이득같다. 크크크

 

덕배는 여느 때처럼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

 

기껏 생각해서 얻은 결론이 그거냐... 단순한 녀석, 그냥 나 버리고 먼저 뛰어가서 먹으라니깐... 난 진짜로 혼자 먹어도 아무 상관없어.”

나 없으면 친구도 없잖아 크큭, 튕기지 말고 그냥 나한테 고맙다고 해라.”

 

말을 말자...

덕배와 그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줄을 섰다. 어차피 3학년 선배들이 제일 먼저 급식을 먹고 그 뒤로 2학년 1학년 순으로 먹기 때문에 굳이 뛰어가지 않아도 늦지 않게 급식을 먹을 수 있다. 뛰어가는 것은 쓸데없는 체력소모이다.

 

나와 덕배가 줄을 서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뒤에도 한 무리가 줄을 섰다.

 

급식은 3학년부터 학년 순으로 먹어, 더 빨리 먹고 싶으면 너도 나중에 다른 애들이랑 친해져서 종치자마자 같이 뛰어가서 빨리 먹으면 돼.”

그래, 우리는 저렇게 급하게 뛰어가고 그런거 안 좋아해서 그래, 나중에 다른 애들이랑 친해져서 걔네들이랑 같이 먹어.”

 

익숙한 목소리, 주인아와 주인아의 절친 경현정이었다. 주인아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 편에 공부까지 잘해서 엄친 딸로 불렸지만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 대인관계가 원만하진 못했다. 그런 주인아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고 챙겨주는 아이가 경현정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은 나와 덕배의 관계와 비슷하달까... 물론 나는 성적이 밑바닥에서 놀지만...

 

응 고마워, 나는 근데 너네가 제일 좋은거 같아. 제일 성격도 비슷한 것 같고, 앞으로도 그냥 너네랑 다니는게 제일 편할 것 같아!”

 

또박또박하고 명량한 목소리...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단은비다...

착한 척 하기는...

나는 아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뻔히 바라보는 느낌이 계속 들었지만 무시했다. 정말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다.

 

...

 

 

점심을 먹고 나는 덕배와 교실에 왔다. 그 때 이승복이 말을 걸어왔다.

 

, 너네는 거북이도 아니고 무슨 밥을 이렇게 늦게 먹냐, 우리 3반이랑 축구하기로 했는데 너네 할거냐?

난 됐어, 어제도 알바 했더니 너무 피곤해, 떡배 데려가.”

넌 그럴 줄 알았다. 야 떡배 ,너 없으면 골키퍼 볼 사람 없다. 빨리 가자.”

 

덕배는 잠시 고민하다 보채는 이승복을 못 이기고 승복이를 따라갔다.

 

야 한썬, 나 없이도 잘 지내야 한다? 하 내가 또 축구를 너무 잘해서 피곤하구만 참...”

뭐래...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가라.”

 

  덕배는 또 헛소리를 하고 승복이를 따라갔다. 잘난 척을 해서 그렇지 저 녀석은 운동신경도 좋다. 덩치가 정말 크지만 민첩해서 우리 학년 또래 중에 최고의 골키퍼이다.

 

  덕배가 가고 나는 책을 꺼냈다. 만사가 귀찮은 나의 유일한 취미는 소설 읽기이다. 나는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어릴 때 꿈이 소설가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밑바닥인 성적 중에서 유일하게 국어 성적은 최상위권이었다. 물론 이제는 소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허황된 직업임을 깨달았지만...

 

  반에는 대부분의 남자 애들은 축구를 하러 가고 여자애들이 남아 있었다. 연예인 얘기를 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 담배 냄새를 풍기며 자신이 아는 언니 오빠 얘기를 하는 아이들, 자기 자리에서 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 등 가지각색으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참 책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아직 책 좋아하나보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저 또박또박한 목소리, 언제 들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 그러나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랜만인데 인사도 안해줄거야? 난 너랑 같은반인거 알고 정말 기뻤는데

 

단은비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나는 애써 모른척하며 계속 책 읽는 척을 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마디에 결국 나는 이성을 잃었다.

 

많이 보고 싶었어, 사실 다시 돌아온 것도 너 때문이야, 크리스마스만 되면 네 생각이 나더라고

 

꺼져!”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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