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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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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너 몸이 많이 안 좋아?”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 아이도 당황한 눈치였다.

 

? 아니야,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 학교 늦겠다. 어서 가봐!”

아니야, 또 아까처럼 안 좋아지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새빛여중까지 데려다 줄게, 별로 멀지도 않잖아.

? 아니야 정말 괜찮...”

 

  괜찮다고 하는 그 아이의 말을 듣지 않고 나는 그 아이와 함께 새빛여중으로 갔다. 그곳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한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힘들어하고 있는 그 아이의 병 이야기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야기 하는 동안 그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의 상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그 아이는 괜찮아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무언가에 끌려 그 아이를 데려다 주었다. 왜 그랬는지는 정말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무언가에 끌려 한 행동은 내가 지금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행동이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어떻게 이 고마움을 표시해야할지...”

아니야! 내가 스스로 한 일인걸, 앞으로 집에서 나올 때 가방에 물 챙겼나 꼭 확인하고 다녀

응 고마워 선우야, 나 때문에 지각해서 어떡해! 어서 가봐!”

그래, 가볼게, 아참 그러고 보니 내 이름만 말하고 제일 중요한 네 이름을 못 물어봤네, 넌 이름이 뭐야?

나는 단. .

 

 

.......

 

 

은비 니는 저기 인아 옆에 빈 자리에 앉으면 되겠다. 마침 인아 옆이라 다행이네, 쟈가 반장이니깐 모르는거 있으면 많이 물어보고 그래라, 인아 니도 많이 알려주고

 

담임이 단은비의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단은비는 마침 비어있던 주인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크큭,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주인아 옆에는 단은비가 앉네? 예쁘장한 애들끼리 모였구만 크큭

 

  덕배가 계속해서 실없는 소리를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덕배를 무시했다. 쓸데없는 소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내 시선은 계속해서 단은비를 향하고 있었다. 단은비의 목에는 별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저걸 아직도 걸고 다닌다고? 무슨 생각인걸까? 뻔뻔한 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단은비는 주인아 옆의 자리에 앉았다. 나와 덕배는 2분단의 제일 뒷자리이고 주인아와 단은비는 1분단의 중간정도 위치의 자리이다. 나는 계속해서 단은비의 뒷통수를 쳐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순간적으로 단은비가 뒤를 돌아봤다. 3초 정도였을까,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 애는 그대로였다.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여전히 아름답고 정말 예뻤다. 그녀와 처음 마주쳤을 때 내가 그녀에게 홀린 것은 어쩌면 저 외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은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정처럼 맑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또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걸까? 단은비가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온 것도 믿기지 않는데 하필 우리학교로 오고 또 같은반이 되다니, 정말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신이 정말 존재하고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면 신은 정말 불공평하고 나쁜 존재인 것이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래, 의식하지 말자. 어차피 다 끝난 일이다. 나는 내 갈 길만 가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같은 반이어도 덕배 외에는 다른 애들과 크게 이야기를 많이 해본적도 없고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애들도 있다. 단은비도 그 많은 애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나는 굳게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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