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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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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3

 

 

!’

 

머리가 얼얼하다. 무언가 둔탁한 물체가 내 머리를 내리친 거 같다. 아씨... 잘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잠을 깨운 것에 화가 났다.

 

아씨, 누군데!”

 

나다 왜!”

 

 눈앞에 담임이 자신을 상징하는 나무 몽둥이를 들고 서 있다.

 

임마! 니는 학교에 자러 오나! 담임이 앞에서 얘기하는데 버릇없이 온 줄도 모르고 자고있노!”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애들이 비웃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 젠장, 머리 더럽게 아프네... 옆자리에선 덕배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야 임마, 담탱이 오면 깨웠어야지! 이러기냐!”

 

뭔 소린데 크크큭, 암만 흔들어도 안 일어나던데 크크큭

 

덕배는 특유의 얄미운 표정으로 계속 웃고 있었다. 일부러 안 깨운게 확실하다...

 

자 자! 다들 지방방송들 꺼라. 아까 얘기하던대로 전학생이 왔다. 자 전학생! 앞에서 자기 소개하도록!”

 

 담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담임이 아침조회에 늦게 온 것은 전학절차를 밟고 전학생을 데려오느라 늦은 듯 하다. 전학생? 오든 말든 나는 관심도 없는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앞을 보았다.

 

!!!!!!!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안녕하세요! 하람여고에서 전학 온 단은비입니다. 서울에서 왔는데 여기 대구에서 태어나서 중3때까지 여기서 학교도 다녔어요. 그래서 대구 사투리도 잘해요!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단은비가 교단에서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맙소사, 단은비? 진짜 단은비라고? 동명이인인가? 그러기엔 단씨라는 성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성씨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얼굴!

 

저 얼굴은 분명히 내가 아는 단은비가 맞다.

 

나는 담임의 몽둥이로 머리를 맞았을 때보다 머리가 더 띵해졌다.

 

단 은 비...! 내가 가장 사랑했었던 이름 석자,

 

그리고... 가장 증오하는 이름 석자.

 

야 한썬, 전학생 겁나 이쁜데? 대박

 

 옆에서 덕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나는 이미 덕배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단은비, 단은비,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게 분명하다.

 

.....

 

 

  중학교 3학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그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때도 시작은 8... 개학 첫날 딱 이 무렵이었다. 2년전 이때,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때도 오늘처럼 평범하게 학교에 가고 있었다. 내가 현재 다니는 누리고와 내가 다녔던 누리중은 같은 재단의 학교이다. 누리중고등학교는 집에서 10분거리도 채 안되기 때문에 항상 걸어다녔다. 그날도 지금과 다를 것 없이 동생에게 구박받고 일어나 학교를 가는 중이었다, 빌라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지나고 있을 때 왠 여자아이가 좋지 않은 안색을 띄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애를 한 번 쳐다보고 지나쳤다. 뭔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지만 나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만큼 좋은 성격이 아니다. 그 애를 막 지나쳐가려던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또박또박했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 그 아이였다.

 

?”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 물이 필요해요. 분명히 가방에 챙겼었는데 안보여서...”

 

  그 아이는 안색이 많이 안좋아보였다.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물을 사왔다. 다행히 빌라들이 많은 거리였기 때문에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었다. 나는 물을 그 아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그 아이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 좀 얼굴색도 좋아지고 안정이 된 듯했다.

제가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는 병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교복을 보니깐 누리중 학생이신가봐요? 저는 그 근처의 새빛여중 학생이에요.”

아아...”

혹시 몇 학년이세요? 저는 중3인데

저도 중 3이에요

컨디션이 한층 좋아졌는지 그 아이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낯선 사람과 길게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귀찮은 상황이었다.

우리 그럼 말 놓자, 넌 이름이 뭐니?”

난 한선우

아하! 선우구나, 멋진 이름이네, 아무튼 오늘 고마웠어. 내가 너무 말이 많았지? 지각하겠다. 빨리 가

그래 안녕

나는 인사를 건네고 학교로 가려고 하였다. 발자국을 떼기 시작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에 이끌렸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한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고 과학적으로 절대 설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발걸음을 다시 돌려 그 아이에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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