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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이 이른바 '원영적 사고'를 갖고 뭉치면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것입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가 지난 1월 22일 취임 후 임직원과 첫 소통행사에 뱉은 일성이다. 원영적 사고는 아이돌 IVE의 장원영에서 시작된 '초긍정적 사고'를 일컫는 온라인 밈이자 유행어다. 최 대표의 말도 긍정적 사고를 지니고 있으면 언젠간 빛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대표의 '원영적 사고' 보도 당일 반짝 상승한 삼성SDI 주가는 다음날 부터 5거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닷새 연속 825억원치를 집어던진 결과다. 사내 안팎과 주식시장에선 최 대표가 괜한 말로 긁어부스럼을 냈다는 말이 돌았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도 이달 3일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이미 강자"며 "다가올 슈퍼사이클의 지배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메세지를 보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4.4% 하락한 33만6500원으로 주저앉았다.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배터리 1, 2위 기업 대표들의 태평한 언사에 주주들의 마음이 들끓고 있다. 구성원들과 주주들에게 호소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최 대표와 김 대표는 모두 취임 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두 대표의 행보는 전임자들과 대비된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2021년 11월 취임해 약 5개월 후인 2022년 4월 자사주 1000주를 매입했다. 이후 추가로 1000주를 더 매입해 임기 동안 총 2000주를 샀다.
최윤호 삼성SDI 전 대표는 2021년 12월 7일 부임해 불과 2주만인 12월 21일에 자사주 500주를 매입했다. 2023년 9월엔 3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책임경영의 일환이었다.
K-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가 무너졌고, 주가는 5년 전으로 회귀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두 대표는 자사주 매입은 커녕 천하태평 '원영적 사고', '슈퍼사이클'과 같은 허울 좋은 소리를 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위기'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반도체가 호황일 때도,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도 그는 항상 위기론을 설파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제대로 호황을 누려본 적도 없는, 미국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K-배터리의 수장들은 위기의식이 아닌 '원영적 사고'를 설파하고 있다.
물론 두 대표 말대로 배터리 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슈퍼사이클도 언젠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수혜자가 K-배터리가 되리란 법은 없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삼성전자처럼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경쟁사를 기술력과 가격으로 찍어 누를 수 있어야 꿈꿀 수 있는 시나리오다.
과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규모, 기술력, 가격 어느 하나로도 중국 CATL을 압도하고 있는가?
지금 K-배터리에겐 '책임경영'과 'AI혁신'이 절실하다.
에코프로그룹은 상장사 대표들에게 급여 30%를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경영진들이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책임경영에 임하고 있다. 자신들의 노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SES 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전해질 소재를 발견하고,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에코프로그룹과 SES AI가 할 수 있다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의지의 문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2/19/20250219000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