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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김하늘 양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초등 교사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회적인 충격을 야기한 잔인한 범죄이며 피의자 신상 공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점에서 신상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 11일 김하늘 양 살해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피의자 A씨에 대해 "신상 공개는 유가족 동의를 거쳐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직후 "하늘이 살해 교사 신상 공개해야" 여론 제기
실제로 하늘이 사건 피의자 A씨에 대한 신상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전·세종 지역 맘카페에서는 "아직까지 가해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아 답답하다", "하늘이 아버지 말씀대로 또다른 제2의 피해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등 학부모들의 분노와 탄식이 쏟아졌다.
A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는 것에 주목하며 "교육청에서 동일 질병으로 휴직을 다시 신청하는 게 어렵다면 학교에서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심의라도 열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둔 학교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A씨는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말에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 신상 공개, '범행의 잔인함·국민 알권리' 등 요건 충족 시 결정
피의자 신상 공개는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경찰과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에서 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 정보가 알려진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신상 공개는 ▲특정중대범죄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존재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갖출 때 이뤄진다.
특정중대범죄는 살인이나 방화, 아동·청소년 대상 등을 가리킨다. 피의자의 범행이 잔혹하거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경우여야 한다.
또한 재범 위험성 등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등 공공 이익을 위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출석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피의자가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돼야 하고 단순한 의심만으로는 공개되지 않는다. 결정일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통상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이 공개된다.
다만 김하늘 양 사건의 경우 피의자 신상 정보가 공개되기까지는 최소 1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가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해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정보 공개심의위 개최를 위해서는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등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에야 심의위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사례는 … '강호순 사건'부터 최근 '목사방 총책 김녹완'까지
피의자 신상 공개는 2009년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이 계기가 됐다.
2009년 일부 언론이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 논란이 일자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각 지방 경찰청 소속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지금의 제도가 자리잡았다.
2023년 10월에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기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피의자'에서 '중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방화나 특수상해 및 중상해, 조직·마약범죄 피의자'까지 확대하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제정됐다.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된 건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수사였다.
텔레그램 N번방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이 2020년 3월 공개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방 '목사방'을 운영한 총책 김녹완(33)이다. '목사'라는 별명을 사용한 김씨는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가학적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행의 잔인함 등을 고려해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김씨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공개가 무산될 뻔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엔 일면식도 없는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박대성, 김천 오피스텔 살인 사건 피의자인 양정렬, 주차장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김명현 등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전문가 "교사가 학생 살해, 처음 있는 일 … 신상공개 요건 모두 충족"
전문가들은 범행 수법이 상당히 잔인했고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A씨의 신상이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건 처음 있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범행의 잔인함,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확실한 점 등 피의자 신상 공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다만 현재 A씨가 정신질환을 주장하고 있다"며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어 실제로 신상정보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상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며 "7살 아동을 상대로 잔혹하고 폭력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국민적 공분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A씨가 미성년자도 아니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유사한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A씨의 신상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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