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압구정 롤스로이스男 '징역20년 → 징역10년' 확정

약물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29)씨의 상고심에서 검찰과 신씨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날 신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와 약물 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 혐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2일 서울지하철 압구정역 인근에서 자신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에 있던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 상태에 빠뜨린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신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도 있다.

신씨는 사고 이후 피해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다 자리를 이탈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신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피해자는 이 사고로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으나 사건 발생 4개월여 뒤 끝내 숨졌다. 이에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바꿨다.

1심은 지난 1월 신씨에 대해 "피고인은 사고 후 피해자 보호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고 도주했고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고 의사를 불러오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하지만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에서는 피고인이 사고 직후 운전석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던 모습이 확인되고, 당시 다른 시민에 의해 119 신고가 접수돼 신고를 위한 휴대전화가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2심은 "도주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신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사고 직후 증인에게 휴대전화를 찾으러 간다고 현장을 3분 정도 이탈했다가 돌아와 휴대전화를 찾아달라고 한 것을 보면 약기운에 취해 차 안에 휴대전화가 있다는 점을 잊고 잠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신씨가 돌아와서 사고를 인정했고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할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죄,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신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신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신씨는 이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4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위반 등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신씨는 2022년 6월~2023년 8월 14개 의원에서 총 57차례에 걸쳐 프로포폴·디아제팜·미다졸람·케타민 등 마취제를 투약한 혐의가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타인의 명의도 도용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