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과거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변호사 출신 전직 기자 최모씨가 자신이 수임한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소송 상대방이었던 쯔양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상권 무단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쯔양 측과 소송전을 벌였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 측 변호를 맡아 기자 신분을 활용해 쯔양을 흠집내기 위한 부정적인 기사를 쓴 것이다. 최씨는 여러 언론사에서 법조전문기자로 활동해오다 쯔양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해고된 상태다.
2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쯔양은 지난 2019년 5월 강남역 부근 한 프랜차이즈 일식집을 찾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먹방'을 진행했다. 이후 해당 일식집은 쯔양의 사진 등을 가게 홍보에 사용했다.
하지만 쯔양의 전 남자친구가 대표로 있던 쯔양의 전 소속사 문래빗은 2020년 6월 해당 일식집이 쯔양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프랜차이즈 본사도 최씨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쯔양 측과 소송전에 돌입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초상, 목소리 등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재산적 가치를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최씨, 사건 수임 뒤 '기자 신분' 활용해 부정적 기사 작성
최씨는 해당 사건을 수임한 뒤 자신이 소속된 A언론사에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2020년 7월23일 '유명인의 권리 '퍼블리시티권' 논란, 퍼블리시티권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명문 규정과 대법원 판례가 없어 연예기획사 등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해당 기사에서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남발되는 소송의 대상은 주로 영세 자영업자여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A 언론사는 같은 해 8월8일 다른 기자를 통해 '[단독]인기 유튜버 쯔양 소속사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 제기…승소가능성은?'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최씨가 수임한 사건을 다뤘다. 해당 기사에는 자세한 사건 내용과 함께 "쯔양 측의 승소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담겼다.
최씨는 8월10일에는 '빚 있다는 쯔양, 은퇴 후 거액 손해배상 청구로 소상공인 노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최씨는 기사를 통해 "쯔양은 해명과 달리 은퇴 후에도 먹방 촬영 장소를 제공한 업주를 상대로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수익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쯔양은 2020년 8월6일 이른바 '뒷광고 논란' 등이 일자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 방송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쯔양은 최씨가 8월10일 작성한 기사에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이 담겼다며 최씨와 A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최씨가 '쯔양이 은퇴 이후에도 소송을 통해 수익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사에 적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최씨가 진행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조작해 게재했다고도 주장했다.
◆쯔양, 최씨 상대로 소송냈지만 패소
재판 진행 과정에서 최씨 측은 기사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며 일부 방송인들이 퍼블리시티권 기획 소송을 무차별적으로 남발해 사회적 문제가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작성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최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2021년 9월15일 쯔양이 최씨와 A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 사건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사에 언급된 특정 업체가 '소상공인'에 관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은퇴 후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수익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객관적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이 피력됐을 뿐이라고 봤다. 허위 의혹을 받는 인터뷰에 대해서도 "조작된 인터뷰라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 소송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는 최씨 등의 이 사건 보도의 경위와 의도에 수긍할 수 있다. 주된 보도의 목적에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최씨의 신분을 기자로 보고 보도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한 것이다.
쯔양 측은 항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2021년 10월2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퍼블리시티권 소송도 같은 달 22일 쯔양의 전 남자친구 이씨가 소를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변협 "본인 사건 기사화,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측은 변호사가 자신이 수임한 사건을 기사화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밀유지의무에 따라 사건과 의뢰인 등이 특정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변협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자를 겸업한 변호사가 본인이 수임한 사건을 기사화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변호사 비밀유지의무 조항 및 관련 회칙이 있어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특정되지 않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쯔양은 지난 11일 전 남자친구이자 전 소속사 대표였던 이씨로부터 4년간 지속적인 폭력과 협박을 당했다고 밝히고 15일 자신을 협박한 유튜버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쯔양은 같은 달 18일 "구제역에게 저의 과거와 허위사실 등을 제보한 사람은 전 소속사 대표를 담당했던 변호사였다"고 밝혔다. 최씨는 퍼블리시티권 소송이 마무리된 뒤 쯔양의 전 남친이자 전 소속사 대표의 담당 변호사로 활동했다. 쯔양은 최씨의 추가 폭로가 두려워 그에게 월 16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업무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고 현재까지 약 2300만 원 가량을 지급했다고도 설명했다.
변협은 최씨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제3자 신고를 접수해 19일 직권조사를 개시했고 지난 2월 시상한 '우수언론인상' 수상도 취소했다.
최씬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유를 막론하고 미안한 생각"이라면서 "(알려진 내용들이)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23/20240723003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