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등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마저 표적으로 삼은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합성 영상물)' 성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해도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탓에 처벌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실정으로 전문가들은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상당히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등 디지털 범죄행위 방지를 위해 제작자 및 유포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월 연예인 얼굴을 포르노 영상과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 4691건으로 전년 동기 946건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범죄 양상이 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인 능욕 범죄’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인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 피해자도 다수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제주도 내 국제학교에서 동급생을 상대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만들고 친구들과 돌려본 혐의로 10대 남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사회적인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동문 등 여성 61명을 상대로 불법 합성 영상물을 만들고 퍼뜨린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건도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사회 각계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범 외에도 해당 영상물을 시청한 참여자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딥페이크 등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항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반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허위 영상물에 관한 죄가 인정되려면 ‘반포’ 등의 목적을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가 단순히 개인 보관용이었다고 발뺌할 경우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힘들고 합성물을 구매 및 시청한 사람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딥페이크 관련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하도록 법에 반영됐지만 이익 창출 목적 등 입증이 어렵거나 초범일 경우 처벌 수위가 낮은 실정”이라며 “딥페이크 성범죄의 양형 기준이 낮기 때문에 이를 높이고 상습적인 시청 및 행위자에 대한 처벌하는 등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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