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입국심사 지쳐" 태국인 한국관광 감소…회복도 기대난

태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여행에 대한 '거부 운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방한 태국인 관광객 회복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왔다.

20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짤른 왕아나논 태국여행사협회(TTAA) 회장은 "한국이 태국인 관광객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적어도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인들의 한국입국불허 소식이 계속 전해지면서 관광객들이 전자여행허가(K-ETA)와 엄격한 입국규제를 피해 다른 목적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짤른 회장은 "한국여행 거부운동이 일어나기 전 한국은 태국에서 3대 인기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의 영향으로 한때 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여행지로 꼽혔다. 그러나 짤른 회장은 저렴하고 다양한 관광상품과 무비자 입국, 관광객 추방 소식이 없는 베트남이나 중국 등이 한국을 추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관광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태국과 한국여행사가 정서 개선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새로운 명소를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악화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관광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관광 부진에는 주식시장과 경제성장 부진 등 경제침체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단거리 여행지를 많이 찾겠지만, 태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는 엔화약세로 계속 일본이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을 찾은 태국인 관광객은 11만9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1.1%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방한 관광객 1위 국가였으나 베트남과 필리핀에 밀려 3위 국가로 추락했다.

주요국 방한 관광객이 일제히 늘었으나 태국만 감소한 것은 지난해 불거진 '입국불허논란'과 이에 따른 반한감정 때문이라고 관광업계는 지적한다.

앞서 지난해 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깐깐한 심사를 받았다는 경험을 담은 SNS 글이 공유되면서 논란이 됐다. 현지에서는 한국이 태국인을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결국 '한국여행금지'라는 해시태그(#)가 태국 엑스(X, 옛 트위터)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잠잠해졌던 이 문제는 방한 태국인 관광객 급감 소식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태국 매체들이 다시 K-ETA 문제 등을 다루고 소셜미디어에 '한국여행금지'가 또 등장했다.

현재 태국과 한국은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어 태국인이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K-ETA를 신청할 수 있다. 허가를 받으면 한국에 들어올 때 입국신고서 작성이 면제되고, 전용심사대를 통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다. 그러나 허가 후에도 출입국심사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태국인들 불만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일부 현지 매체가 한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전하면서 반한감정 또한 재확산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태국 상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한 뉴스에 한국에서 태국을 향한 부정적이고 모욕적인 댓글이 달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를 걸러내기 위해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 입국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약 5만2000명에서 지난해 8월 15만7000여명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