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도입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쟁점은 '비용'이다. 당초 월 100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저임금 적용으로 월 이용료가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거나 자녀 계획이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로 실질적 가사 노동과 육아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자녀의 영어 학습을 위해 도입을 기대하는 반응이 혼재한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내년 2월까지 6개월 시범사업 기간에 주당 최소 30시간을 일하게 된다.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9860원으로 계산하면 월 154만원가량을 급여로 받는 것이다.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하면 월 206만 원이 된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에 소속되고, 각 가정에 출퇴근 방식으로 근무한다.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다자녀 가정 등에 우선 배치된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에 500명, 2028년 10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매달 200만 원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 2000원이다. 따져보면 한 사람의 월급 대부분을 가사도우미 비용에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가사와 육아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도입된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적극 추진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20일 '외국인주민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제대로 (가사관리사를) 쓴다면 20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해 아쉽긴 하다"며 "그분(외국인 가사관리사)들과 육아하는 부모들이 윈윈하는 보수 절충선이 논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30대 부모들 역시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을 가장 많이 제기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20대 한 모씨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지금 200 벌어서 한 명 월급을 다 갖다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월급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 가면서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로 육아 때문에 부모님 도움을 받고 있다는 30대 박 모씨는 "혜택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비용이 너무 비싸고 검증이 안됐다"고 했다.
이어 "엄마와 아빠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지, 제3자에게 맡기는 정책은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엄마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부모의 유급휴직을 확대하는 제도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한 여성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믿을만한 업체들이 잘 정착되면 그 때는 써볼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가격경쟁을 통해 국내 가사도우미 가격이 내려갔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 차이에 거부감을 보이는 부모도 있었다. 둘째 아이를 계획 중인 30대 유 모씨는 "아무리 검증을 한다지만 신원이 불분명한 것도 걱정이고, 돈만 있으면 국내 이모님을 쓸 것 같다"면서 "저와 소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언어가 잘 통할지도 모르겠고, 문화 차이 때문에도 꺼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녀의 영어 학습 등을 위해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김 모씨 부부는 "200만 원이 넘는 영어유치원과 비교하면 학벌 좋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아이를 온종일 봐주면서 생활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학원 라이딩까지 가능하면 현재 픽업 이모님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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