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모의한 의혹이 있다'며 어도어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 중인 엔터테인먼트기업 하이브(HYBE)가 "민희진 대표가 인사·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 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민 대표가 해당 무속인과 나눈 SNS 대화록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하이브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키로 한 민희진 대표가 자신의 가까운 친지가 접신했다고 하는 무속인과 나눈 장문의 대화록을 포렌식을 통해 확보했다"며 "이 무속인은 민 대표의 가까운 친족이 혼령으로 접신한 상태라면서 민 대표와 카카오톡으로 경영 전반을 코치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무당인 '지영님 0814'가 친족 동생의 혼이 들어왔다면서 민 대표를 '언니야'라고 호칭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대화록 일부를 소개했다.
하이브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무속인은 2021년 민 대표에게 "3년 만에 회사를 가져오라"고 조언했다.
무속인은 "앞으로 딱 3년간 언냐를 돕겠다"며 "딱 3년 만에 (민 대표가 설립할 신규 레이블을) 기업합병 되듯 가져오는 거야. 딱 3년 안에 모든 것을 해낼 거임"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스톡옵션, 신규 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에게 검토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시점이 무당이 코치한 시점과 일치한다"며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도 무속인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병역 이행 문제에 대해서도 무속인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록에 따르면 민 대표가 "bts 군대 갈까 안 갈까"라고 묻자 무속인은 "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방탄 군대가는 게 나한테 더 나을 꺼 같애 보내라 ㅋㅋㅋ"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 생각엔 어때?"라고 묻자, 무속인은 "보낼려고. 금메달 딴 것두 아니고"라고 답했다. 그러자 민 대표는 "걔들이 없는 게 나한테 이득일 꺼 같아서"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 무속인이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깊이 개입하면서 인사 관련 비위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확인된 비위는 인사청탁 및 인사이동 정보유출, 입사 지원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무속인은 손님 중 하나인 9X년생 박모 씨의 입사지원서를 민 대표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했고, 민 대표는 신모 부대표를 통해 박씨에 대한 채용 전형을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민 대표는 문제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눈치가 있는데 M업소(무속인의 상호명)에서 소개받았다고 쓰냐? 그냥 쓱 이메일을 보내야지. 바보같이 이렇게 소개로 연락한다고 메일을 보내다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채용 전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민 대표는 경영과 신인 걸그룹 매니저 가운데 어떤 직무를 박씨에게 맡길지를 놓고 무속인과 상의하기도 했다"고 하이브는 주장했다.
하이브는 "면접 절차가 진행 중인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도 무속인과 함께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무속인이 '긍정 평가'를 내놓은 지원자들은 대부분 채용 전형에 합격해 일부는 어도어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또한 타 부서에 재직 중이던 일부 하이브 직원들의 전환 배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민 대표는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를 무속인과 공유하며 함께 평가를 진행했다고 하이브는 밝혔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무속인이 하이브 경영진을 대상으로 '주술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무속인이 민 대표의 자택으로 '머리 모양으로 빚은' 떡을 보낸다고 하자 민 대표가 "이거 먹음 애새끼들 좀 트이냐 어떤 도움이 있지"라고 물었는데, 이에 무속인이 "아주 많이 정신차림"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대화록에는 하이브 경영진에 대한 비하 발언도 등장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해 민 대표는 "아니 기본기가 너무 없고 순전히 모방, 베끼기"라고 비난했고, 무속인은 "베껴두 돈 되게 하니까 배워"라고 조언했다. 민 대표는 무속인이 "방가놈두 지가 대표 아닌데 지가 기획해서 여기까지 된거 아냐?"라고 묻자 "사실 내꺼 베끼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 ㅋㅋㅋㅋ"라고 답했다. 하이브는 "이 대화가 2021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 가장 성공가도를 달리던 방탄소년단이 본인을 모방해 만든 팀이라는 주장을 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라는 사명에 대해서도 무속인의 검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올조이'와 '어도어' 두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하던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여러 차례 문의를 했고, 무속인이 '어도어가 낫다'고 하자 곧바로 채택했다는 게 하이브의 주장.
하이브는 "민 대표는 무속인을 상대로 자신들이 육성할 연습생들에 대한 비하 발언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민 대표가 한 연습생을 놓고 "바보들이 설마 내말은 잘 듣겠지. 기어 먹는 애들은 없겠지?"라고 묻자 무속인이 "읎어"라고 답했다고.
하이브는 "민 대표는 강남 역삼동에 소재한 M무속업소의 '지영님 0814'를 2017년 이전부터 알게 됐다"며 "이후 SNS 대화를 통해 경영 코치를 받았다. 대화 상대방은 무속인과 '친족의 혼령'을 수시로 오가며 민 대표를 코치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M무속업소는 2021년 8월 'M파트너스'라는 법인을 출범시켰다. 무속인은 이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업체 대표이사 이모 씨는 같은 'M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용역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M컨설팅은 민 대표의 개인 작업실 청소 용역 관련 비용을 어도어에 청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2일 민 대표 측에 보낸 감사질의서에도 '주술 경영'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구했으나, 민 대표는 24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이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제보로 입수한 사실을 정보자산 감사 과정에서 장문의 대화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밝힐 수 없는 범죄 행위를 포함해 더 이상 경영 활동을 맡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는 데도 민 대표가 해임 요구 등에 일체 응하지 않아, 어도어 경영 정상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SNS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개인 사찰"이라며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폭로한 무속인 '지영님 0814'를 가리켜 "지인"이라고 밝힌 민 대표는 "원래 제 지인인데 '무속인'인 것"이라며 "무속인은 지인으로 두면 안 되나? 저는 귀찮아서 점 보러 안 다닌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점 보러 다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BTS의 입대 여부를 무속인에게 물어본 이유는) '뉴진스 엄마'의 마음으로, 하이브가 하도 지긋지긋하게 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회사의 에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뉴진스가 활동하는 게 홍보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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