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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 "온기창고는 행복 주는 보물창고죠"

뉴데일리

"우리에겐 일용할 양식이에요. 공간은 작지만 잘 정리돼 있어서 골라 담기도 편해요."

온기창고 2호점이 지난달 28일부터 주 2회 임시 운영을 시작했다.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다. 30평 정도인 1호점보다는 협소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품목들이 들어서 있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만든 특화형 푸드마켓이다. 1호점은 지난 8월2일 동자동에서 문을 열었다. 11월 초까지 등록회원 830여명, 일평균 방문객 200여명이란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는 돈의동에 두 번째 온기창고를 개점했다.

2호점은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문을 연다.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운영하고, 오후 1시30분부터 다시 열어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14일 오전 뉴데일리는 온기창고 2호점을 찾았다. 개점 초기, 오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섰다는 소식과 달리 두세명만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영민 돈의동쪽방상담소 소장은 "11월 말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픈런이 엄청났다. 줄을 선 주민들만 100명에 다다를 정도였다"며 "당시엔 온기창고 공간이 협소해 5명씩 입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주민들이 알아서 오전과 오후에 나눠서 온다. 오후 늦게 와도 물품들이 남아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기창고를 이용하는 쪽방 주민의 반응도 비슷했다. 강모(62·남)씨는 "처음에는 필요한 물품들이 없을까 싶어서 화요일 일찍부터 줄을 섰다"면서 "(이제는) 언제 오든지 똑같이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나만의 보물창고에 온 것만 같다"고 말했다.

온기창고 2호점을 이용할 수 있는 쪽방 주민들은 500여명에 달하고, 일 평균 이용객은 200여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쪽방 상담소 등록회원으로 월 4만포인트가 있는 회원카드를 제공받는다. 일주일에 1만포인트씩 총 4회에 걸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물가 시대에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온기창고 내 품목들은 시중가보다 저렴한 편이라서 대부분이 만족하는 분위기다. 시중에 3500원으로 판매되는 카스텔라 과자는 온기창고에서 2000포인트에, 시중에 2000원에 판매되는 커피는 1000포인트에 판매되고 있다.

온기창고 내부를 둘러보던 임모(75·남)씨는 "이곳의 물가는 다른 마트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라면, 김치 등 필요한 것을 한도 내에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이런 도움을 받기가 힘들었다"며 "사람들이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좋아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모(51·남)씨 역시 "이 동네에도 온기창고가 생겨서 감사한 마음이다. (쪽방촌에) 아픈 분들이 많아 의사소통조차 안 되는데도 직원들이 친절하게 대해준다"며 "온기창고에 있는 식료품들은 우리에겐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다"고 말했다.

다만 "1호점은 포인트를 한달에 10만포인트를 주고 주 3회 운영하는데 2호점은 그에 못 미쳐서 서운하게 느끼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2호점은 아직 임시로 운영하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2호점은 1호점보다 물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내년 정식 운영에 돌입하면 포인트 지급을 재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에는 지원 품목들이 일률적이어서 주민들이 고를 수 없었고 그마저도 일회성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2호점이 어서 정기 운영되길 바란다. 2호점을 넘어 3~4호점도 어서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진열대 한편에는 '온기나눔캠페인'이라고 적힌 공간이 있었다. 주민들이 쓰지 않는 물품을 이곳에 팔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직원들이 판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3000포인트를 주고 구매하고, 같은 가격으로 다른 주민들에게 되파는 시스템이다.

온기창고 관계자는 "기존에는 주민들이 불필요한 물건을 샀다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며 "온기나눔캠페인이 진행되면서 포인트도 아끼고, 자원 순환도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민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식품, 생활용품, 냉방용품, 미용품, 영양제, 의류, 주방용품 순이었다. 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다 보니 되파는 물품도 식품류가 가장 많았다.

정문 바로 앞에 '희망물품 기재란'도 있었다. 주민들이 희망하는 품목들을 최대한 제공하기 위함이다. 기재란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적을 수 있다.

한 쪽방촌 주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적을 수 있어서 특별하고 기쁘게 다가왔다"면서 "온기창고가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돈의동 쪽방상담소 건물 4층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온기창고는 같은 건물 1층에 있다. 오 시장은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지난 1년간 이뤄진 쪽방촌 무료 치과 진료소의 성과를 점검했다.

오 시장은 "앞선 동행식당 행사 때 주민 한 분이 고기를 안 드시길래 '고기를 싫어하시느냐' 물어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치아가 안 좋으신 분이라 죄송했던 마음이 있었다"며 "이는 주민들이 제대로 된 치아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짐했던 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치아관리는 일반적인 진료에 그쳤다"며 "작년부터는 틀니 지원을 비롯한 심화된 치아 진료지원까지 성공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행동하는 의사회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시도 필요한 부분 계속 챙기도록 약속하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는 쪽방주민 117명에게 진료를 총 123회 실시했다. 진료에는 임플란트 2건과 틀니 45건도 포함돼 있다. 주민 만족도도 72%로 높았다. 만족했던 주요한 이유로는 △진료비 무료 △자세한 설명 △가까운 위치 등이 있었다.

진료를 받았던 한 주민은 "구강관리센터는 무료인데 돈 내고 가는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이 없다. 친절하고 정밀한 치료 덕분에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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