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이하 베를린 필)과 6년 만에 정식 협연에 나선다.
베를린 필은 11~12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통산 7번째 내한 공연이다. 조성진은 2017년 11월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참 빠르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당시 설레고 긴장도 많이 됐던 것 같다. 이번이 세 번째 협연인데 다시 할 수 있게 되서 정말 감사하고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베를린 필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특별한 사운드를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많은 연주자들이 베를린 필과 협연하는 게 꿈이다. 제가 베를린 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베를린에 살고, 음악가 친구들이 많아서 할 때마다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필은 11일 협연자 없이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베르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12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
이미 베를린에서 리허설을 마친 조성진은 "곡은 작년 여름에 결정됐다. 오케스트라 측과 상의했는데, 고전 레퍼토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 곡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게 2019년이라 오래돼서 연주하고 싶어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해 줬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51)는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첫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취임 이후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많은 연주를 하지 못했다. 이제서야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함께 꾸는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갔으면 좋겠다."
페트렌코는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브람스와 슈트라우스는 베를린 필의 사운드를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레퍼토리"라며 "카라얀 등 베를린 필을 이끈 지휘자들이 이 곡들을 통해 악단의 소리를 완성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1882년 자치형태의 오케스트라로 설립된 베를린 필하모닉은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명지휘자들이 거쳐갔다. 악단은 음악분야의 홍보대사로서 난민들이 안전하고 밝은 미래를 지향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연합 난민구호기구의 활동을 후원한다.
2018년부터 베를린 필의 첫 한국인 종신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악단의 장점으로 "멤버 모두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항상 연주에 임한다"며 "음악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소통방법인 소셜미디어, 디지털 콘서트홀 등을 활용하는 모던함도 겸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 필 대표는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로 2024~2025년 활동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2008년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75)에 이어 두 번째다.
안드레아 쥐츠만은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음악가이고, 우리 악단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피아니스트"라며 "상주 음악가가 되면 베를린 필과 1~2차례 협연, 실내악 연주, 30여명의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카라얀 아카데미 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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