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사망자 2000명 넘어… 아비규환 현장에 통신·전기도 끊겨

북아프리카 모로코(Morocco)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10일 AP·로이터·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내무부는 지진 사망자가 최소 2012명까지 늘었으며, 부상자도 205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1404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히터 규모 6.8의 이번 지진은 모로코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의 고도(古都) 마라케시 남서쪽 약 72km 지점에서 일어났다. 진앙은 북위 31.11도, 서경 8.44도, 진앙의 깊이는 18.5km로 측정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규모 5.8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와 주요 도시인 카사블랑카 등 곳곳에서 건물이 흔들리고 파괴됐다. 특히 진앙지 근처인 아틀라스산맥 고지대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해당 지역은 흙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대부분이어서 집이 쉽게 무너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너진 집들의 잔해를 기어올라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고 있다고 한다. 모로코 국영방송 2M은 "많은 마을이 마라케시 주변의 붉은 바위산에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마을로 향하는 몇 안 되는 도로가 떨어진 잔해에 막혀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가 큰 지역에서는 통신과 전기도 끊겼다"고 전했다.

지진의 피해로 큰 피해를 입은 마라케시에서는 건물의 석판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거리에 잔해가 쌓였고, 겁에 질린 사람들은 집으로 들어가기 두려워 길거리와 광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 볼거리가 많은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인 제마 엘프나 광장은 밖에서 밤을 보낸 현지 주민들의 피난처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라케시의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유산들도 일부 강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마라케시의 유명 랜드마크인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됐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번 강진은 동쪽으로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 너머에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모로코 강진과 관련해 세계 각국 정상들도 애도와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이번 끔찍한 고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과 함께한다"며 "미국 행정부가 모로코 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모로코와 내 친구 모하마드 6세 모로코 국왕의 편에 서 있다"며 "모로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모하메드 6세 국왕에게 이번 지진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어려운 시기 우리의 모든 자원으로 모로코 형제자매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2021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지진 피해자들에 대해 형제와 같은 모로코 국민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그동안 모로코에 대해 폐쇄했던 자국 영공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의 비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