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에 다 쏟고 죽자'라는 생각이다."
원로 배우 신구(87)가 2020년 초연과 2022년 재연에 이어 연극 '라스트 세션'(연출 오경택)으로 또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신구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들을 만나 "심장에 박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중 급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며 잠전 하차한 바 있다. 급성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갑자기 떨어져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병으로 호흡 곤란, 부종, 구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신구는 "차에서 내려서 집에 가는데 쉬었다 갈 정도로 숨이 찼다. 급성 심부전이었다. 심하면 뇌졸중까지 올 수 있다고 하더라"며 "박동기가 심장이 늦게 뛰거나 쉬면 알아서 전류로 자극해 맥박 수를 맞춰준다. 이게 10년은 간다.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제는 소리 질러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작가의 상상에 기반한 2인극으로, 실제 만난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를 무대 위로 불러낸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 '무신론자' 프로이트와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과 종교,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논쟁을 벌인다.
신구·남명렬은 '프로이트'를 이상윤·카이는 '루이스' 역을 맡았다. 신구와 이상윤은 초연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다. 남명렬은 초연에 참여했으며,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카이(본명 정기열)는 2016년 '레드' 이후 7년 만에 연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신구는 이번 삼연에서 '대사 전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서로 모여서 대본을 읽고 토의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물며 관객들이 우리가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채우고, 대사를 명확하게 전달해서 관객이 편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는 "평생을 철저한 유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크게 느꼈다. 단순히 유신론을 주장하기보다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를 배우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주저함이 없었다"며 "종교를 넘어 다른 환경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고 사유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7월 8일부터 9월 10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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