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특수부대원,공작요원,국정원 등을 동경했지만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외롭고 괴롭고
인간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것 같은 직업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나 하는 일에 대해 언급하는 그 자체가 국가기밀이라 남한테 당당하게 말할 수도 없으며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라며 얼버무리고
업적이 있어도 "어둠 속에서 빛을 섬긴다" 라는 철칙 때문에 자랑은 커녕 어느 책 한권에 한줄 실리기 조차 어렵다.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죽음또한 외롭다.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죽음의 사유는 알려지지 않으며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이름없는 별로 새로 태어나 죽어서도 조국과 사회를 지키는 삶인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극한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조국 땅을
다시 밟지도 못한 채 이억만리 타국에서 이름없이 스러졌을 그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나는 감히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다.
"어둠속에서 빛을 섬긴다"
숭고하고도 무서운 말이다.빛을 지향하고 빛을 지키면서도 자신은 그 빛속에 포함될 수 없음을 내포한 말이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