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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은 자폐인과 가족들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은빈이 열연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도 첫 방송 이후 압도적인 화제성으로 줄곧 1위를 차지하며 가히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공개된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비영어권 시청시간 1위를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브라질 등에서도 넷플릭스 톱10 안에 들며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특히 자폐 스펙트럼 관련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자폐인 가족, 나아가 자폐인들이 직접 리뷰를 남기며 '우영우'에 대한 감사와 응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은빈도 이런 같은 반응을 접했다고 했다.
"해외 자폐인 커뮤니티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되고 체계화돼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자폐인 캐릭터를 정면에 내세웠을 때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더 활발한 담론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해봤어요. 실제로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해보진 못했지만 그런 반응은 본 적이 있어요. '자폐인 하면 남성 비율이 많아서 항상 남성 출연자를 많이 봤는데, 한국에 여성 자폐인을 1인칭으로 내세워 하는 드라마가 있다더라'는 반응을 본 적이 있어요. 작가님도 '증인'에서처럼 비장애인을 통해 자폐인을 관찰하는 시점을 넘어서 아예 우영우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걸 보여주는 게 도전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런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박은빈은 "제 팬분들 중에서도 본인을 아스퍼거인이라고 소개하시는 해외 팬도 계셨고, 몇 년간 알고 지내면서도 몰랐던 일인데, 지인의 가족에게 같은 아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이 모든 반응이 물론 고심한 만큼 뿌듯하고 값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쪽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분들의 감동적인 말씀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우영우' 박은빈이 대사량이 많았던 법정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독 대사량이 많았던 법정신은 박은빈에게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박은빈은 "'이판사판'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접했기 때문에 법조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이번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사가 훨씬 많았고, 대사를 읊는 게 아니라 속사포처럼 내 머릿속 백과사전 펼쳐 읽는 정도로 해야 했기 때문에 그게 정말 어려웠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법정신에서 특이점은, 저를 향한 눈빛들이 많았어요. 방청객뿐 아니라 특별출연해주신 증인 피고인분들 그 외에 배심원들도 많아서, 다 합치면 수십쌍, 수백개의 눈빛들이 나를 향해 있는 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죠. 체력적으로도 완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고, 영우와 친해지기 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법정에서는 중압감의 밀도가 훨씬 높았어요. 한 번은 법정신 트라우마라 할 정도로 크게 소진된 이후, 더 열심히 극복해보고자 노력한 기억이 나요."
힘든 촬영에 힘이 되어준 건 현장의 모든 이들이 전하는 무언의 응원이었다. 특히 동료 배우들의 힘이 컸다.
"'한바다즈'의 케미는 최상이었다고 생각해요. 항상 현장에서 잘 웃는 편이고 좋게좋게 현장을 이끌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우영우를 연기하면서는 대사 외울 것도 너무 많았고 힘든 7개월의 연속이었는데 그 공백을 팀들이 함께 채워줬던 것 같아요. 법정신 촬영할 때, 한 명씩 퓨즈가 끊기면 급송 충전을 해주고, 돌아가며 서로 충전해주는 배터리가 되어 잘 챙겼던 기억이 나요."
그토록 큰 사랑을 받은 우영우가, 시청자에게 어떻게 비춰지길 원했을까. 박은빈은 "우영우로 해야 하는 숙제는 시청자를 내편으로 만들기였다. 시청자들이 우영우를 응원하게 만드는 건 배우로서의 과제이자, 영우로서 극에서 해야 될 몫이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영우를 그렇게 응원해주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해내고자 노력하는 친구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한바다즈' 케미가 최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우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기보다는,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줄 수 있겠지만 도움이 없다면 혼자서도 해내는 친구라는 것. 그런 용기 있는 영우의 선택들이 순환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우는, 내가 영우 자체이기도 했지만 영우의 친구이기도 했고, 감히 말씀드리건데 영우의 부모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험한 세상을 스스로 헤쳐나간 씩씩한 우영우였지만, 우영우가 일상적으로 겪는 편견과의 싸움과 그 속에서 자조하게 되는 감정을 연기할 때면 "슬펐다"는 박은빈. 그는 "박은빈의 삶과 우영우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해도 캐릭터의 감정이 스며들 때가 있다"면서도 "그럴 때면 우영우의 진심을 담고자 했다는 것은, 박은빈이 느끼는 감정 플러스 우영우의 진심을 합쳐서 가장 좋은 부분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영우는 아무래도 감정 표현에 있어서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미숙한 부분이 있다보니, 이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 보다는 그걸 잘 모르는 표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분리해서 하려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엄마와 만났을 때, 8부 엔딩에서 진경 선배님이 '나를 원망했니'라고 말씀하시던 부분이요. 감정을 마음껏 담아서 표현하는 건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컷은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울컥함을 그대로 표현해봤다면 또 다른 컷은 그 감정조차 누르는 방향으로 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그 촬영분을 감독님과 편집감독님이 머리를 맞대고 '영우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보신 게 모두의 합의를 거친 맥락이죠."
'국민섭섭남' 이준호(강태오 분)와의 러브라인을 통해 보여준 자폐인의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우영우의 '성장'이라 언급한 박은빈은 "작가님께서 영우가 자기로만 가득한 세계에 나와 너로 이루어진 타인을 초대하는 것은 굉장한 성장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영우보다는 나를 알고 너도 아는,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를 함께 합칠 수 있다는 게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최종회.
박은빈은 또 우영우의 곁에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나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분) 그리고 '서브아빠' 정명석(강기영 분) 등이 존재했던 점에서도 의미를 찾았다.
"공동체에 들어간 이상, 주변인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건 모두가 겪는 일이겠지만 영우 옆에 '봄날의 햇살'과 '권모술수'가 있는 건, 양 극단의 균형 잡힌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를 했어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또 우영우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박은빈이 생각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박은빈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최종회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특유의 '고래카'(극중 우영우가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을 때 마치 유레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장면에서 고래가 등장하는 일) 표정을 지었다.
"최종회가 좋다고 얘기한 이유가, 배우로서 부담스러웠던 신이지만 가장 최애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인사청문회 들아가기 전 태수미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에요. 외뿔고래 이야기를 하면서, '이게 제 삶이니까요'라고 인정하는 영우의 모습과, '그의 삶은 이상하고 달랐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우영우라는 자폐인을 넘어 이 세상 모든 외뿔고래에게 향하는 메시지인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정말정말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배우로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모든 걸 지우고 그 상황에 몰입해서 그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이 세상의 자폐인들에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 세상의 흰고래 무리들과 살아가는 외뿔고래들에게는, 외뿔고래가 많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우영우' 박은빈이 이 세상 외뿔고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개했다.
다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접했다면서 "기대감을 가져주시는 건 그만큼 '우영우'를 사랑해주셨단 건데 정말 많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출연작마다 족족 성공가도를 달리는 박은빈인 만큼 차기작에 대한 대중의 기대도 크지만 '우영우' 이후 차기작에 대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음에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지 생각하고 있다"며 "소신대로 살아가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