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 백 석(白石)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수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한 이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갓신창 :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질긴 끈의 한 종류.
* 개니빠디 : 개의 이빨.
* 너울쪽 : 널빤지쪽.
* 짗 : 깃.
* 개터럭 : 개의 털.
* 재당 : 재종(再從). 육촌.
* 문장 : 한 문중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 몽둥발이 :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