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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꿈문학)) 죄수번호 398

좌좡면을훠버훠버

"어이 죄수번호 398 면회다!"


주말 오전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죄수번호 398은 부랄을 두번 튀기면서 주섬주섬 일어난다. 


'내게 면회올 사람이 누가 있지?'


죄수번호 398은 의아함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겐 면회를 올 사람이 없는데 면회라니?


정답을 찾기 위해 후보군 중 불가능한 것들을 소거해 나가보자.


우선 처자식은 아니다. 


향년 63세인 그는 안타깝게도 슬하에 자식이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의 아내는 사기죄로 장모와 함께 감옥에 수감되어있기에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제외된다.


머리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던 398을 향해 간수는 툭 던지듯 한마디를 더 뱉는다.


"죄수번호 398 면회객이 사식으로 사과를 가져왔더군. 맛있게 먹길 바란다."


'사과!'


'내 어찌 사과를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어린시절 아버지는 인도사과를 종종 들고와 나에게 주시곤했다.


아버지의 커다란 손에 들린 사과는 늘 새콤하고 달콤했다.


어린시절 먹던 사과의 맛과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떠오른다.


감정이 복받쳐 오른 398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아버지!"


차가운 감옥에있는 아들을 위해 늙은 몸을 끌고 아버지께서 오셨다.


간수를 따라가는 길의 끝에 면회장의 문이 보인다. 


철문으로 가는 이 짧은 거리가 오늘따라 하염없이 길게 느껴지지만, 문앞에 도착하는 건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이제 이 문을 열면 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줄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이 감옥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보러 와주셔서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398은 머리속으로 온갖 말을 떠올린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바로 잊어버릴 말들이지만, 그걸 잠시 잊은들 어떠하랴?


끼이익 철문의 경첩이 늙은이의 관절처럼 비명을 지르고 문틈으로 밝은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아무 사람도 없다.


거짓말처럼 398의 눈 앞에는 아무 사람도 없다.


놀란 그의 눈앞에 보이는건 그저 개 한마리.


개 한마리가 입에 사과를 물고 있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톨이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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