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과 구속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수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대면했다. 헌재는 이날 4시간 20분간 변론을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은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을 약탈하고 행정부를 마비시킨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유일한 견제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비상계엄을 건의했음을 인정하며 '최상목 쪽지' 작성 경위와 관련해 자신이 작성자임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신문을 진행하며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요원'을 '의원'으로 오해한 것인지 확인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사실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비상계엄 조치와 군 병력 이동이 모두 합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 尹-김 전 장관, 계엄 수사 이후 헌재서 첫 대면 … 서로 눈 마주치지 않아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심판정에 들어오는 모습을 응시했지만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향해 시선을 맞추거나 인사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25분경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심판정에 입장했다. 문 대행이 "증인 들어오십시오"라고 지시하자 김 전 장관은 변호인과 함께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인 뒤 증인석에 착석했다.
구치소에서 입는 수용자복 대신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김 전 장관은 뒷자리에서 동석한 변호인 이하상·유승수 변호사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김 전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입장하자 눈을 감고 있던 윤 대통령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지만 끝내 두 사람의 시선은 마주치지 않았다.
국회 측은 증언의 공정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의 퇴정이나 가림막 설치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 김 전 장관 신문 먼저 진행 … "거대 야댱 국민 삶 약탈, 비상계엄은 견제수단"
김 전 장관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약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는 증인 선서를 낭독한 후 증언을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과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방탄, 탄핵, 특검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 등으로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청년 일자리 예산, K원전, 아이 돌봄 등에서 4조 원 넘게 삭감한 것을 국민의 삶을 약탈하는 행위로 판단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비상계엄을 견제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김 전 장관은 '최상목 쪽지'로 불리는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내용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해당 쪽지를 누가 작성했나"라는 질문에 "내가 작성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쪽지를 최상목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못하고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과 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신문 이후 국회 측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사실 왜곡 우려를 이유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휴정 후 윤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증언 거부 의사를 번복하고 국회 측 신문을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신문에서 포고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 측은 "계엄이 국회 권한을 제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포고령 1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나"라고 질문하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포고령 1호의 1항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및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尹, 김용현 전 장관 직접 신문도 … 김 전 장관, "의원 아닌 요원 빼내라 지시"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은 제 기억에 12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가지고 온 걸로 기억한다"며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그때 써온 담화문과 포고령을 보고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그냥 놔둡시다'라고 했는데 기억나냐"고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제가 느낀 건 대통령이 평상시보다 꼼꼼하게 안 본 걸 느꼈다"며 "보고가 들어오면 조금 이상하면 법전부터 찾아보고 했는데 안 찾으시더라.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요원을 의원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곽 전 사령관에게 혼잡하다는 보고를 받고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한 것을 곽 전 사령관이 의원을 빼내라고 오해한 것이냐"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도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판부에 "비상계엄 조치에 따라 소수 병력을 지시했다. 병력 이동은 합법적이기에 따른 것"이라며 비상계엄이 합법적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상계엄이 예상보다 빨리 끝난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예상보다 빨랐고 결의가 나오자마자 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가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국무회의를 열어야 해제할 수 있어 바로 1층 브리핑 룸으로 갔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4차 변론을 4시간 20분 만에 종료했으며, 다음 5차 변론기일은 설 연휴가 지난 2월 4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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