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낙제점을 받자 야권을 떠돈 비명(비이재명)계가 당을 장악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비명계의 '대항마 찾기'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친문(친문재인) 황태자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며 "원칙을 소홀히 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게 불편하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구갑 출마를 원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을 공천했다. 임 전 실장의 불만은 컸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불출마했다.
또 다른 친문계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최근 민주당의 상황을 여권 진영의 상황과 비교하며 훈수를 뒀다. 그는 야권에 몇 없는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을 잇는 정치인으로 불린다. 비명계 구심점이 될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그를 따라다닌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일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저들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며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발언이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의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대권 후보군으로 떠오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 전 지사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날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날이다. 국회의장 공관은 대통령 공관과 이웃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 김 전 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전·현직 의원 7명이 참석했다.
자리에 참석한 조응천 전 의원은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말했다고 한다. 야권에서 이 대표뿐 아니라 다른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해당 발언은 건배사로 이어져 조 전 의원이 "튀김 소보로"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우원식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다보스포럼이 열린 스위스로 향했다.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참석해 존재감 과시에 나선 것이다.
그는 21일 페이스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조차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며 "위기를 한국 경제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초당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다른 야권 대선 주자로 불리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김대중 정신'과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김 전 총리는 전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어 "DJ는 정치적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이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노와 증오를 제도적으로 가라앉힐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는 유신헌법의 잔재다. 핵심은 4년 중임제가 아닌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가 백가쟁명식 의견을 쏟아내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지율 고립화 현상과 함께 사법리스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대선 출마가 가능할지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16~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46.5%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5.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39.0%다. 양당 간의 격차가 오차범위(±3.1%포인트)를 벗어난 7.5% 차까지 벌어졌다. 여당이 민주당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의 개인 지지율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대표는 12개 혐의 8개 사건으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선거권이 10년 제한되는 당선 무효형이다. 사법부가 선거법 판결에 속도를 내면 오는 5월 가량 대법원 판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 결과가 맞물리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 대표에게는 급박한 시간표다.
다른 재판도 녹록지 않다. 위증교사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사건과 성남FC 사건 등의 재판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비명계가 몸 풀기에 나서자 민주당 내 친명계에서는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 이 대표인 만큼 이 대표를 흔들기보단 야권 유력 주자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친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권 내에서 '지금이 기회'라는 심정으로 당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나라와 민주당의 앞날보단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 탄핵과 체포 정국까지 만들어 내고 지금 압도적인 대통령 후보로 불리는 이재명을 흔들고 자기가 나서본들 본인들의 정치적 식견과 크기마저 의심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21/20250121003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