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녹취록' 등 야권발 갈라치기 공세에 국민의힘이 신음하고 있다. 단일대오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계파 갈등 국면까지 보이면서 여당 내부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진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로로 분류되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를 비판한다고 감찰 지시를 하는 건 좀생이나 할 짓"이라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주당 대책을 세워야 할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다투고 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만하고 국정감사 대책에 전념하라"며 "그러다가 박근혜 시즌2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맞닥뜨린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이 분열의 늪에 빠진 것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여당 대표의 대립 구도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간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면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논란에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만을 따로 불러 만찬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이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인한 리스크도 끊이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에서 친야권 성향의 매체인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서울의소리 측 기자에게 한 대표를 공격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이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한 대표는 즉각 당원 신분인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김 전 행정관이 탈당했지만, 국민의힘은 윤리위 구성을 마치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갈등 양상이 내심 달가운 눈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틈을 벌리고자 각고의 노력을 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김건희냐, 한동훈이냐. 대통령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라고 질문하고 있다"면서 "정권 붕괴야 순리지만 (김건희) 여사를 놔두면 나라가 피곤하다. 나라를 생각하면 한 대표에게라도 힘을 보태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만찬 때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고, 이후 독대 요구도 무시했다"면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마이동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야당의 갈라치기 공세에 넘어갔던 과거 경험이 회자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으로 불리는 '최순실 특검법' 당시 국면과 판박이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당시 의혹만 무성했던 상황에서 야당 주도하에 최순실 특검법이 만들어졌다. 2016년 11월 최순실 특검법은 220명 중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여당 의원들이 대부분 레임덕에 빠진 박 전 대통령을 버리고 대세를 따른 것이다.
한 달여 후인 같은 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017년 3월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결국 탄핵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 의원의 내부 배신'으로 벌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시 여론을 따라 움직였던 새누리당원들의 판단이 역사를 바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김건희-해병순직 특검 공세도 최순실 특검법과 같은 틈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두 개의 법안을 힘겹게 막아내야 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인한 당내 불만이 쌓인 지 오래인 데다 이에 따라 커지는 불협화음으로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날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폐기됐다. 해병순직특검법도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최종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108석인 점을 감안하면 반대표가 4표씩 빠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탄핵은 결국 내부에서 갈라지면서 여당이 완성해 주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스스로 단결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든 한 대표든 모두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에 타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04/20241004002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