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전하며 "이번 특검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헌법상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3권 분립 원칙 하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기능이자 권한"이라며 "특검은 중대한 예외로써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검 수사와 소추 권한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장부 권한의 부여는 행정부 수반인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했다"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닌 3권 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특검 법안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며 "이 또한 우리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우리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대통령으로서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현재 같은 사안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점을 언급하며 "이번 특검 법안은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한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이라며 "그런데 지금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임명에 동의하면서 한쪽에서는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고집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또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부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을 배제한 것을 두고 "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채상병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라며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다.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를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특검이 수시 언론 브리핑을 할수 있다는 점을 들며 "피의사실과 그 외 수사 과정의 엄밀한 구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이 사건에 한해 허용하고 아예 제도화하는 잘못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면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까지 정비한 바 있다"며 "특검법안에 언론 브리핑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심각한 자기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은 "이밖에도 수사 대상에 비해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표적 과잉수사라고 지적되고 있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 법안 강행 처리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당장 절실한 여야 협치의 기대를 허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이미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고 봐주기 의혹이 있거나 납득이 안 될 경우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겠다'고 주장을 하겠다고 뜻을 밝히신 바가 있다"며 "정부는 채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오동훈 공수처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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