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측근들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대 양당의 구태를 비판하며 출발했지만, 결국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혁신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대표 측근들을 비례 앞 순번에 배치한 국민의당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 최고위원인 이기인 경기도 의원은 총선 지역구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지난 11일)까지 경기도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9일 '이준석 신당' 합류를 선언할 당시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당의 부름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지금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사퇴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총선에 뛰어든다면 비례대표밖에 없다.
현재 개혁신당에서 지역구에 출마할 인사는 이 대표와 천하람 최고위원, 김용남 정책위의장 등이 꼽힌다.
국민의힘에서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 매진하다 개혁신당에 합류한 허은아 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제가 아직 살고 있는 동대문이지만, 전략 상 동대문 (출마는) 아닌 것으로 돼가고 있다"면서 비례대표 출마에 무게를 뒀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 창당 직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남·이기인) 중 이기인·허은아·천하람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자신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정무실장을 역임한 김철근 사무총장도 임명했다.
이들은 창당준비위원회에서도 공동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맡는 등 요직에 있었다. 창당 과정에선 '인물'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나, 창당 과정에서 여러 인사가 합류했음에도 이 대표 측근들이 '전진 배치'된 것이다.
개혁신당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며 '정치 개혁' 등을 내세웠지만, 측근 챙기기 등 여러 방면에서 기존 정당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주요 인사들의 희생 없는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대표적인 앙숙이지만, 공교롭게도 양 당의 상징 색상은 오렌지로 동일하다.
안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창당한 국민의당은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비례대표 공천 순번을 발표했다.
혁신정당을 내세우며 기대감을 모았던 것과 달리, 당시 당 대표였던 안 의원 측근인 이태규 전 의원을 2번에, 권은희 의원을 3번에 전진 배치했다. 김도식 대표실 비서실장도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6번을 받아 사천(私薦)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반윤(反尹) 정서를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갈등에 대해 "김경율 위원의 사퇴 정도로 결말이 날 거로 생각했을 텐데 (김 위원이) 거취를 결정하지 않고 이틀이 흘러가고 있다"며 "이게 길어지면 대통령 레임덕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해 여러 말이 나왔지만, 제가 제일 좋지 않게 생각한 것은 모든 게 부정적"이라며 "해결이 없는 비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비판하면 그에 대한 보완, 대책, 어떻게 풀어나갈 건지 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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